경매에서 수십억원에 거래되는 고미술품이 있긴 하지만 이는 극소수다. 대부분 고미술 수집은 딱히 쓸모도 없고 생김도 비슷한 물건을 하염없이 사 모으는 ‘비경제적 활동’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고미술에 매혹된 경제학자의 컬렉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합리적인 경제학자가 고미술을 수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5년 이상 수집의 길을 걸어온 저자는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을 거쳐 정리금융공사 사장을 역임한 뒤 지금은 숭실대 교수로 재직 중인 명망있는 경제학자다. 그는 “컬렉션은 아름다운 작품을 소장하고 감상하는 문화활동이지만 한편으로는 한정된 예산으로 수집품을 구입하는 경제활동”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그러나 “컬렉션의 세계에서는 경제적 관점의 이성적이고 합리적 판단을 무기력하게 하는 괴상한 힘이 작용하고 컬렉터는 그것에 이끌려 소장하고 싶은 작품을 사고야 만다”고 실토한다.
동시에 책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사회의 경제력 성장이 고미술 컬렉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며, 아직은 정보와 유통 구조가 폐쇄적인 고미술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으로 유도할 때 불확실성이 줄고 경제적 효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적 식견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참 솔직한 책이다.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