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수원 디지털시티 내 삼성전자 A사업부 건물 1층 회의실 5개는 텅 비어 있었다. 특히 회의 일정을 알리는 작은 액정표시장치(LCD) 게시판에는 ‘예정된 일정 없음’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회의실 출입문과 벽에는 푸른색 동그라미에 두 사람이 서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림과 함께 ‘스탠딩 컨퍼런스(서서 회의하자)’ 문구가 적힌 캠페인 스티커도 있었다. 불필요한 회의를 없애는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한 삼성전자의 최근 분위기와 맞닿아 있었다.
올해 3월24일 ‘스타트업 삼성’을 선언하고 조직문화 바꾸기에 나선 삼성전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 기업 특유의 관행을 없애 기업 문화에서부터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다.
캠페인 범위는 업무에서부터 직원들의 삶까지 다양하다.
우선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내에서는 길을 걷거나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보지 말자는 내용의 ‘워크(walk) 스마트’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일을 현명하게 하자는 취지로 과거 진행한 ‘워크(work) 스마트’를 패러디해 직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유리 출입문이나 보도블록 바닥, 도로 가장자리에 붉은색 경고 표지판 느낌의 안내를 곳곳에 부착했다. 수원 등 일부 사업장에서 스마트폰을 보다 작은 사고가 이어지자 시작했다. 6월부터는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을 보다 적발될 직원에게는 회사서 경고장을 통해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3월24일 스타트업 삼성 혁신안을 발표하고 기업 문화 개선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당시 함께 발표한 9계명에 대해 직원들이 실천에 나서는 모습이다.★본지 3월26일자 8면 참조
9계명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몸소 실천하고 있는 ‘과도한 의전, 하지도 받지도 맙시다’부터 ‘회의는 참석자 모두가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입니다’ ‘일을 모두 마치면 퇴근이나 휴가 때 눈치 주지 맙시다’ ‘자기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지 말고 경청합시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께 스타트업 삼성과 관련, 직급제 개선 및 인사제도 변화 등 보다 구체적인 혁신 내용 추가 발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행이나 습관, 기업 문화 등은 단시간에 쉽게 바뀌기 힘들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삼성 선언이나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전자에 걸맞은 문화 만들기가 핵심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