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오며 5월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다. FOMC의 금리 인상 조치 외에도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편입,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브렉시트) 국민투표 등의 이벤트도 증시 상승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이벤트들은 시장 내 불확실성을 높이며 증시 변동성은 확대됐다. 각 이벤트의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국내 채권시장의 변동성도 높인다. 3년 만기 국고채 기준으로 금리는 3월 초 1.55%를 고점으로 5월 초 1.41%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이 하락 흐름에서 벗어난 이유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6월 FOMC에서 인상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탓이다. 또한 미국 금리 인상 국면에 단행되는 한국의 금리인하가 환율의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사실 이는 역사적인 추세를 보면 지나친 우려다.
한국의 통화정책 방향은 수출과 물가 등 국내외 요인에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7%로 낮춰 잡았다. 이유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신흥국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회복세 지연이다. 이처럼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좌우하는 것은 수출이다. 한국의 수출은 전 세계 수요 부진과 수출 단가의 하락 영향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수입 물가의 하락을 주도하는 원재료 수입물가지수의 지속적인 급락을 고려하면 연내 물가지표의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급증을 이유로 금리동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기 전에 가계부채의 증가 원인이 경기 부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2002년 ‘카드 사태’와 이어 2004년 발생한 ‘차이나 쇼크’로 경기가 얼어붙고 내수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이에 따라 내수 경기가 살아났다.
물론 급격한 가계 신용의 증가로 부동산시장에 강력한 상승 에너지가 공급됐지만 이후 금리 인상이 단행되며 결국 2006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부동산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급격한 경기의 하강에 대응해 이뤄진 금리 인하로 부채가 증가한 뒤 내수 경기도 회복됐다는 뜻이다. 이 사례가 시사하는 것은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가 ‘경기 부진’의 결과라는 점이다.
주택가격은 지난해 말을 고비로 상승률이 둔화됐다. 내수 경기 역시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계속 동결하는 것은 지난해 상반기에 단행한 금리 인하가 당초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애써 부인하는 결과에 불과하다.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행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희정 키움증권(039490)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