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감원 "소멸시효 지났어도 자살보험금도 지급하라"

"대법서 '안줘도 된다' 판결 해도

도덕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맞아"

금감원 약관대로 지급토록 지도

미이행땐 과징금 부과도 고려

보험사 "소요액 1조 넘어" 난색

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청구 소멸시효가 지났더라도 보험회사들이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자살보험금과 관련된 논란과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신뢰 하락을 막기 위해 칼을 빼 든 것이다. 금감원은 현재 진행하는 8건의 자살보험금 소송 결과에 관계없이 보험사들이 모든 건을 정상 지급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4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자살 관련 미지급된 보험금과 지연이자는 2,465억원에 달한다. 또 가입자나 유가족이 보험회사에 자살보험금 요청을 하지 않아 소멸시효가 만료된 보험금과 지연이자도 2,003억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보험회사들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가입자에게 모두 정상 지급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12일 대법원에서 교보생명의 자살보험금과 관련, ‘가입자에게 재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놓은 데 따른 후속조치다. 교보생명은 당시 생명보험 약관에 두 가지 상충하는 내용을 열거해 분쟁의 원인을 제공했다. 당시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특약으로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치거나 계약의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조항이 별도로 있었다. 교보생명 측은 이와 관련해 “해당 특약이 표준약관의 내용을 부주의하게 잘못 쓴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자살보험과 관련 청구 소멸시효가 만료된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로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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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이에 따라 자살보험금 관련 소멸시효 논란이 불거지자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금감원은 가입자가 자살한 뒤 2년 동안 보험회사에 자살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 청구권이 소멸된 보험일지라도 보험회사가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 총 8건의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법원 판결에 앞서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또 보험수익자에게 재해보험금이 아닌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면 재해보험금에 해당하는 액수만큼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험회사가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설사 대법원에서 ‘소멸시효가 만료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하더라도 보험회사가 도덕적으로 가입자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보험회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계획과 이행 상황을 점검한 뒤 미흡하면 과징금 부과 등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보험회사들은 이와 관련해 금감원의 조치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보험 업계는 소멸시효가 만료된 자살보험금까지 지급할 경우 소요액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험 업계는 소멸시효가 만료된 건은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린 뒤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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