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외국인 전 대표가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23일 옥시 전 대표인 존 리(48)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옥시의 외국인 임원 가운데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기는 리 전 대표가 처음이다. 그는 이날 오후1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부작용 민원에 대해 보고받았느냐”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어로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영어로 “검찰 조사에서 제가 아는 것은 다 이야기하겠다”고 밝힌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10여명이 “사과하라”고 소리치고 리 전 대표의 옷을 잡아당기는 등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현 구글코리아 대표이자 신현우(68·구속) 전 대표에 이어 지난 2005년 6월부터 5년간 옥시의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한 인물이다. 그가 재직할 시기는 가습기 살균제가 가장 많이 팔리던 때라 소비자 피해도 컸을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할 당시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부작용 민원을 보고받았다면 왜 적절한 조치를 안 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또 제품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에게도 안전하다’는 허위광고를 내보낸 경위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은 이날 강현욱·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과 사건 당시 환경부 환경보건관리과·화학물질정책과 등 정부 관계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살균제에 사용된 유해화학물질을 승인·방치한 혐의다. 아울러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성명에서 “해당 기업은 물론 정부가 책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피해구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