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엔저 순풍 잦아들자 日경제 빨간불

수출 줄고 기업이익도 감소

"아베노믹스 한계 도달" 경고



일본 경제를 띄워 올려주던 ‘엔저’의 순풍이 잦아들자 일본의 수출과 내수에 동시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들어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기업 이익이 줄고 외국인 관광객의 고가품 소비가 위축되는 등 심상치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엔화 가치 약세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아베노믹스가 마침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경고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 재무성은 23일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0.1% 줄어든 5조8,892억엔(약 63조4,000억원)으로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지난달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과 신흥국 경기 둔화의 여파가 컸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지속된 엔화 가치 상승도 수출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엔화 가치는 1년 전에 비해 7.2% 강세를 보이며 수출의 발목을 잡았다. 무역수지는 6년1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 8,235억엔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는 국제유가 하락과 엔화 강세로 인해 수입액이 23.3%나 감소한 데 따른 ‘불황형 흑자’로 풀이된다.


고다마 유이치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엔화 강세와 신흥국 시장의 수요 둔화로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내수뿐 아니라 수출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4~6월 일본 경제가 다시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에 끝난 2015회계연도에 일본 상장기업의 이익이 4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드는 등 아베노믹스에 따른 성장 효과는 이미 벽에 부딪힌 상태다. 3월 가계 소비지출도 전년 동월비 -5.3%로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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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엔화 강세에 그나마 위축된 가계소비를 상쇄하며 내수를 떠받쳐온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갑도 닫히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백화점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4월 일본 백화점들의 관광객 매출(면세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9.3% 줄어든 180억엔으로 아베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1월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 엔화 강세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고가품 쇼핑이 위축된데다 중국 당국의 세관 검열 강화로 일본에서 대량으로 제품을 사들여온 병행 수입업자들의 활동이 주춤해진 탓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가 꾸준히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명 ‘바쿠가이’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 특유의 싹쓸이 쇼핑은 주춤해졌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여름 이후 12%나 치솟은 엔화 가치가 일본 관광산업의 호황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MBC닛코증권의 와타나베 히로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줄어든다면 일본 경제 여건의 회복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는 엔저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아베노믹스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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