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100호 시대를 열었다.
지난 2011년에 시작된 한국형 헤지펀드는 4년 동안 46개 설정에 그쳤지만 규제 해소와 공모펀드에 대한 불신에 자금이 몰리며 올 들어서만 60개가 신규로 만들어졌다. 설정액도 출범 첫해 1,490억원에서 출범 5년 만에 20배를 넘어섰다. 특히 올 4월 4조원을 넘은 뒤 두 달 새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며 5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헤지펀드 자금 유입은 지난해 10월 헤지펀드운용사 설립요건이 자본금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되고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데다 공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투자자들에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6월부터 증권사 ‘인하우스(In-house)’ 헤지펀드가 출시되면 헤지펀드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헤지펀드로 설정된 펀드 수는 이날 기준 106개로 지난해 말 46개에서 5개월 만에 60개가 추가로 늘었다. 지난 한 주 동안 라임운용과 페트라운용·제이앤제이운용이 한 개씩의 펀드를 추가했고 앱솔루트·현대인베스트먼트·라이노스 등이 신규 펀드를 설정했다. 타임폴리오운용도 2개의 펀드를 새로 만들어 한 주 사이 8개의 펀드가 설정됐다. 설정액도 지난해 말 기준 3조3,745억원에서 4조6,207억원까지 증가했다. 6개월도 안 돼 1조2,000억원 넘게 자금이 유입되며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도 지난해 말 17곳에서 20곳이나 늘어나며 모두 37개사로 대폭 증가했다.
헤지펀드 부상의 이면에는 공모펀드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수수료는 잊지 않고 챙겨가는 운용사의 행태와 부족한 펀드 정보 접근성 등이 공모펀드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며 주식과 채권 투자보다는 기업공개(IPO), 메자닌투자 등 다양한 운용방식을 내세운 헤지펀드에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점도 공모펀드의 인기를 시들하게 하고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헤지펀드 최소 투자금액이 1억원으로 낮아지며 여윳돈이 있는 중산층이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