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구조조정 이대론 실패...플랜B가 필요하다> 반년 전 지원책 벌써 누더기...'사공 많은 구조조정' 갈팡질팡

대우조선, 해외자회사 매각 등 보여주기식 자구안

정부 부처 힘겨루기에 정치권 훈수도 갈수록 심화

추가 적자 가능성 큰데 유동성 확보마저 불투명

채권단은 회의론 커지며 구조조정 총체적 위기로



조선사들의 보여주기식 자구안과 채권은행 내부의 구조조정 회의론, 정부부처 간 힘겨루기와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근시안적 접근이 겹쳐 조선업 구조조정이 총체적으로 위기를 맞는 형국이다.

현재 조선업은 신규 수주물량은 없고 기존 수주물량의 추가 적자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상황인데 불과 2~3년을 버틸 유동성을 마련하기도 버거운 냉혹한 현실에 직면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채권단 등 구조조정 주체들의 목소리는 엇갈리고 정치권의 훈수는 나날이 심해지면서 사공이 많은 배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선박 발주물량이 3분의1토막 난 상황에서 조선사들이 이익을 보장하는 수주를 늘리기 어려운 구조이며 기존의 수주물량이 이익을 보장해주는 수주였느냐는 부분에 대한 평가도 회의적인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불과 반년 전에 발표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책이 벌써 누더기가 돼가고 있으니 시장의 신뢰는 사라지고 채권은행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의 무원칙과 정치권의 간섭, 기업의 현실성 없는 자구안 등으로 구조조정 실패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의 인건비 추가 절감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정부 당국의 무원칙과 정치권의 간섭, 기업의 현실성 없는 자구안 등으로 구조조정 실패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의 인건비 추가 절감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불과 반년 전 약 4조원의 지원안이 결정된 대우조선은 최근 산둥조선소 등 해외자회사 매각과 방산 부문 분사 및 기업공개(IPO) 등을 신규 자구안에 포함시켰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채권단의 결론이다.

산둥조선소는 배를 짓는 데 있어 블록공장 역할을 하는 곳으로 기존 수주물량을 처리하는 데 핵심적인 곳이라 경영권 매각 자체가 쉽지 않다. 사업의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자구안이라는 얘기다. 대우조선 특수선사업부를 분사해 IPO를 하는 방안 역시 대우조선이 홀로 결정할 수 없고 방위사업청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방위사업청은 이미 조선 업계의 방산 부문 구조조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 자구안 중 해외자회사 매각은 현실성도 떨어지지만 유동성 마련에도 사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방산 부문 IPO 역시 방산을 기업공개하는 과정에서 정보 유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매각 대상을 국내에서 방산을 하는 업체로 제한할 수밖에 없게 될 텐데 대상자가 축소되면 더욱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은은 자구안의 현실성이 떨어지자 결국 다시 인건비 절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우조선은 당초 5년간 매년 2,000억원씩 1조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집행기간을 5년에서 3년 안팎으로 끌어당겨 유동성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건비는 최후의 수단인데다 유동성 확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구안에서 더 이상 자금이 나올 여지가 없어 이를 대우조선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추가 자구안을 준비 중이나 삼성그룹 측에서 그룹 차원의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채권단이 구조조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비중이 66%에 달하는 삼성중공업의 현재 부채비율은 250% 수준이나 기존 대형 수주물량의 추가 부실이나 인도 지연 등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유동성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채권단 측의 판단이다.

채권단은 “갑작스럽게 유동성의 함정이 오는 비상상황에서 삼성그룹 측이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개런티(보증)해달라는 것인데 삼성그룹 측의 입장이 완고하니 채권단도 움직일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 3사 여신을 떠받치고 있는 채권은행들의 체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해 1,800억원의 충당금 환입이 발생하자 대우조선 여신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전격 변경하면서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반영한 상태다. 다른 은행들도 대우조선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대우조선 여신이 ‘요주의’나 ‘고정’으로 분류될 경우 채권단의 부담이 급속히 커져 채권단 차원의 신규 지원은 더욱 어렵게 된다.

절체절명의 상황이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을 지휘할 컨트롤타워는 명확하지 않다. 금융위가 조선업 구조조정의 총대는 메고 있으나 금융위 스스로도 업계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조선업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산업에 대한 지원 기능은 수행해왔으나 산업 재편의 짐을 떠안기는 버거워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연일 실업대책과 지역경제대책을 내놓으라고 정부와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누구도 한국 조선업을 명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확실성이 조선업의 돈줄인 금융권 전체를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윤홍우·김보리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