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와 관련해 최고의 정치적 이슈는 미국 대통령 선거다. 과거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총선이나 대선 등 국내의 정치적 사건은 증시에 특정한 영향을 미친 적 없지만 미국 대선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번처럼 전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대통령이 바뀌게 되는 시기에는 국내 금융시장이 더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이를 탈피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대책이나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대통령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경제 방향성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최근 일본의 ‘아베노믹스’나 인도의 ‘모디노믹스’가 대표적인 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이 집권하면서 20년 만에 경제 정책이 획기적으로 반전했고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 강력한 개방·개혁 정책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 국가 총리에 오른 뒤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제 전 세계인의 눈은 올해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으로 쏠린다. 미국 대선의 두 후보가 극단적으로 정책 방향성에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합 속에 어떤 후보가 당선될지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서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가정해 보면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따른 증시 충격도 불가피하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다. 당장 방위비 부담 증액이 세금 확대나 타 재정정책의 축소 등으로 연결되면서 한국의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수출 기업들은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으로 매출액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후에는 투자와 고용, 소비의 축소로 인한 내수 침체 등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내수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는 결국 수출 쪽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수출 비중이 높은 정보통신기술(IT)과 자동차 관련 기업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 후보의 강경한 입장도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도 긍정적인 이슈는 아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교역량의 25%를 각각 차지하는 미국·일본 중심의 최대 무역동맹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1기 국무장관 시절 TPP 협정을 주도한 힐러리 후보가 당선되면 의회 비준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TPP에 포함되지 않은 한국은 TPP에 포함된 일본과 미국과의 경쟁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가 ‘불확실성’이다.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 되든 미국 중심의 정책노선 강화가 달러 강세 현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정책이 ‘힐러리노믹스’로 갈지 ‘트럼피즘’으로 흐를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