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신규 분양 시장은 우려에 비해 순항하고 있다. 지난 연말 대출심사 강화 여파로 한동안 시장이 위축됐지만,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시장의 열기가 이를 누그러뜨렸다. 신규분양 청약률은 계속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고 있고, 서울·수도권 뿐만 아니라 부산·대구·세종·제주 등에서도 새 아파트의 인기는 지속 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은 어떤 단계일까. 또 하반기 신규 분양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전문사 4인에게 물어봤다.
◇될 곳만 되는 양극화…숫자에 가린 착시효과=상반기 시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규분양과 기존 주택, 수도권·광역시와 지방의 분위기가 선명하기 갈리고 있다는 것. 확실하게 잘 될 것으로 보이는 일부 지역 인기 매물에만 수요가 몰릴 뿐, 기존 주택이나 대부분의 지방에는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지난 상반기에는 총선이 있었던 데다 수도권은 교통 호재 등으로 가격 움직임이 좋았다”면서도 “지방은 가격이 떨어지고 청약자 수도 줄어드는 등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전국 부동산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재건축 신규분양 활성화로 시장 전체가 좋아 보이는 착시효과도 지적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 연말부터 시장의 우려가 컸지만 아직 분위기는 좋은 편”이라며 “기존 분양단지에 프리미엄이 붙으니 후발 주자들도 분양가를 높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도 수도권·일부 지방만 강세=실제로 상반기 신규주택 청약률은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신규주택이 금리 인하 가능성이나 대출에서 자유롭다는 점, 서울·수도권이 상대적으로 공급과잉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주택은 지난 5월부터 전국적으로 대출 규제가 적용돼 타격이 갈수록 더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공급과잉이 덜하지만, 지방은 재고주택 시장은 다소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반기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세종·대구·부산 등에서 신규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에서 여신심사 강화 이후 기존 재고 아파트 거래량이 확실히 줄었고, 이는 하반기에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이미 수도권 학습효과로 지방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규분양 성패는 역시 분양가·교통 호재=전문가들이 아파트 분양 성공과 실제 계약률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은 것은 역시 분양가였다.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되는 고속도로·철도 관련 호재가 있는 지역 역시 여러 번 언급됐다.
이남수 위원은 “분양 성패는 결국 입지와 분양가가 결정한다”며 “교통이나 편의시설, 교육 등 입지적 장점이 확실하고 분양가의 경쟁력이 있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그가 유망하게 본 것은 기존 도심과 신도시다. 이 위원은 “도심으로 볼 수 있는 서울 개포나 경기 과천의 경우 인기는 높지만 분양가가 높아 수요가 한정돼 있다”며 기존 신도시에서 추가로 공급되는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살펴보고 들어가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센터장은 잠실 주공5단지 같은 강남 재건축 사업장과 전용면적 3.3㎡당 1,000만~1,200만원 사이에 분양되는 경기권 단지를 추천했다. 또 양지영 실장은 입지 좋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추천하면서, 하반기 강북 뉴타운지역 물량과 다산신도시에도 주목할 것을 권했다. 권일 팀장도 “분양가가 적절하다면 동탄2신도시와 다산신도시, 재건축에서는 강남과 과천 지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