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해운동맹 재편 파도' 부산항 덮치다

'오션얼라이언스' 항로조정에 유럽 환적물량 34%↓

현대상선 새 동맹 합류 못할 땐 물동량 급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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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새로운 해운동맹 출범을 앞두고 국내 해운사들과 다른 동맹을 결성한 글로벌 해운사들이 항로조정에 나서면서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의 환적 물량이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 한국의 양대 선사 중 한진해운만 제3해운동맹인 ‘디(THE) 얼라이언스’에 합류한 상태로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이 동맹에 합류하지 못할 경우 부산항의 물동량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25일 해양수산부는 지난 4월 부산항의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이 158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기록해 전년동월 대비 5.2%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내 전체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14만8,00TEU로 전년동월보다 2.5% 줄었다. 부산항의 물동량 감소폭은 다른 경쟁 항만보다 유독 크다. 지난달 글로벌 10대 항만의 물동량은 평균 0.9% 줄었다. 특히 경쟁 항만인 중국 광저우항은 지난달 컨테이너 물동량이 7.4% 증가했고 칭다오항도 3.9% 늘어났다. 상하이항 역시 물동량이 0.7% 증가했다.

내년에 새로 출범할 중국과 프랑스 중심의 오션얼라이언스 소속 해운사가 부산항 환적 물량을 줄인 대목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부산항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환적 물량은 무려 34.3%(1만6,000TEU)가 줄었다. 중국과 함께 새 동맹인 오션얼라이언스를 결성한 프랑스 CMA-CGM이 환적노선을 조정한 것이 물량 감소의 결정적 원인이다. 줄어든 유럽 환적 물량(1만6,000TEU)의 대부분인 1만5,000TEU가량이 CMA-CGM의 노선변경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환적 물량도 급감했다. 지난달 부산항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물량은 전년동월 대비 11.5%(3만1,000TEU) 줄었다. 유럽과 중국 등 두 곳에서 줄어든 환적량(4만6,000TEU)이 지난달 전체 부산항 물동량 감소 규모(8만6,000TEU)의 절반 이상이다. 여기에 수출부진까지 겹치며 부산항의 물동량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수출은 18.4% 감소해 중국으로 가는 물동량도 5.8%(9,000TEU) 줄었고 미국 수출(-6.4%) 부진으로 대미 물동량도 4%(5,000TEU) 떨어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달 부산항 물동량 감소는 지난해 미국으로 가는 물동량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면서 “부산항의 환적 물량이 회복될 수 있도록 마케팅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해운동맹 재편에 따른 국내 물동량 감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현대상선 컨테이너 터미널에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해운동맹 재편에 따른 국내 물동량 감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현대상선 컨테이너 터미널에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중국 환적 물량도 11.5%나 줄어


中 광저우항은 물동량 7.4% 늘어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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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동맹 재편에 따라 부산항의 환적 물량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4개(2M·G6·오션3·CKYHE)인 글로벌 해운동맹이 내년에 3개(2M, 오션얼라이언스, 디 얼라이언스)로 재편되면 부산항을 거치는 글로벌 해운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2M은 세계 1,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가 멤버이며 오션얼라이언스는 중국 코스코차이나시핑과 프랑스 CMA-CGM, 대만 에버그린, 홍콩 OOCL 등 4개사가 소속돼 있다. 이달 독일 하파그로이드와 일본 NYK를 중심으로 한 제3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도 출범 준비를 마쳤다. 디 얼라이언스에는 한진해운만 출범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상선은 배를 빌려준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마친 후 추가 가입할 방침이다.

해운동맹을 체결한 해운사들은 공동으로 노선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부산~유럽’ 항로가 있으면 우리 국적선사뿐 아니라 같은 해운동맹에 참여한 다른 나라 선사들도 모두 부산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가는 정기항로를 운항하게 된다. 환적은 글로벌 해운사 배들이 정기노선 운영을 위해 부산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구조다.

문제는 해운동맹이 재편되면 환적항도 바뀐다는 점이다. 현재 한진해운이 참여하고 있는 해운동맹 CKYHE에는 중국 코스코와 대만 에버그린이 멤버다. 홍콩 OOCL은 현대상선과 함께 G6 해운동맹 소속이다. 이들 글로벌 해운사는 내년에 새로운 동맹을 결성해 환적항을 언제든지 중국이나 홍콩, 대만 가오슝항으로 변경할 수 있다. 지난달 부산항의 유럽 환적 물량이 34% 줄어든 원인도 오션얼라이언스 소속인 프랑스 해운사 CMA-CGM이 환적 항로를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부산항에서 처리된 지난해 전체 물동량(1,943만TEU) 가운데 환적 물량만도 1,008만TEU(51.87%)에 이른다. 환적항 변경이 본격화되면 부산항 전체 물동량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도 문제다. 만약 내년 4월 출범까지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동맹에 승선하지 못하면 부산항을 거치는 환적 물동량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부산항 전체 환적 물량 가운데 현대상선의 비중은 5% 수준(약 50만TEU)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의 물동량이 요동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양창호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얼라이언스가 다른 해운사는 우리나라에서 환적할 의무가 전혀 없다”면서 “부산항 물동량 감소를 막기 위한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이종혁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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