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잘하고 있지 않나요?”
26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트래비스포인트CC에서 만난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첫 시즌을 중간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칭찬을 유도(?)하며 밝게 웃었다. 시즌 초 싱가포르 공항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친 바람에 한 달가량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상금랭킹 9위에 올라 있는 그다. 모든 대회 코스를 난생처음 만나고 해외생활이 힘겨운 신인인데다 악재까지 겪은 걸 고려하면 좋은 스타트라고 판단하는 듯했다.
이곳에서 26일 밤부터 열린 볼빅 챔피언십(총상금 130만달러)이 시즌 8번째 출전인 전인지는 지난 7개 대회에서 5차례 톱10에 들었고 그중 세 번은 준우승, 한 번은 3위를 했다. 스스로 매긴 점수는 몇 점일까. “96점을 주고 싶어요. 대회마다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면 성공했다는 만족감을 얻는데 올해는 매 대회 톱10을 목표로 하고 있거든요. 96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점수이기도 해요. 매우 잘했지만 좀 더 노력할 수 있는 동기를 주니까요.”
지난해 LPGA 투어 비회원 신분으로 US 여자오픈을 제패했던 전인지는 미국 무대에 본격 데뷔한 후 아직 우승이 없지만 조급해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모든 선수들은 메이저대회에 맞춰 최고의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서 “올해는 운동·연습·이동·휴식·식사 등의 패턴에 변화를 시도하면서 컨디션 유지를 위한 최고의 해답을 찾아 나간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눈앞의 성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어 내 생존법 터득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들렸다. 기술적으로 스코어 관리 능력은 벌써 어느 정도 향상된 부분이라고 했다. 다양하고 변별력 있는 코스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샷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쉽게 타수를 잃는 일이 확 줄었다는 설명이다.
신인의 투어 생활은 특히나 고단하다. 전인지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뛸 때는 일요일에 대회가 끝난 뒤 긴장이 풀리지 않아 화요일까지 잠을 잘 못 이뤘다는 전인지는 이제 일요일에도 잘 자고 비행기나 차 안에서 금세 잠이 든다고, 이제 슬슬 집 옆 백반집과 한국 음식 생각이 난다고 했다.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국내에서 구름 팬을 이끌고 다녔던 그는 팬들의 변함 없는 응원 덕에 외롭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US 여자오픈 우승 때 팬이 돼 사진을 들고 응원을 오는 일본인 팬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신설된 볼빅 챔피언십에 대해서는 “코스 관리나 음식 등 대회 곳곳에 신경을 쓴 게 느껴져 메이저대회 못지않다. 외국 선수들이 한국 기업 대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인사할 때는 한국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고 힘이 난다”며 활짝 웃었다. 올해는 미국 무대에 집중하고 오는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때 국내 팬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1·2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와 박인비(28·KB금융그룹) 등 톱랭커들을 비롯한 144명이 출전한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장타자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은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드라이버를 빼고 나서겠다”고 게임 전략을 밝혔다.
/앤아버=글·사진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