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장세에서 개미들이 변동성에 투자하는 ‘이벤트드리븐(event driven) 전략’에 베팅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반기문·안철수 등 정치테마, 수출계약 등으로 발생하는 변동성에 판돈을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급등은 반드시 폭락한다고 지적하며 추격 매수 자제를 당부한다.
이벤트드리븐은 주로 부실 기업이나 저평가된 채권 및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변동성을 노리는 전략이지만 최근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테마주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IPO 후 변동성에 베팅하는 투기 거래는 27일 상장한 용평리조트(070960)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날 용평리조트는 장 초반 20% 정도 상승하며 투기적 거래를 불러모아 상한가인 1만7,000원을 기록했다. 용평리조트의 급등은 개미들이 만들었다. 개인은 용평리조트를 총 659만주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만주 622만주 순매도했다. 지난 11일 상장한 해태제과식품(101530)도 IPO 이벤트 드리븐의 대표적인 종목이다. 상장 후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리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해태제과에 이어 용평리조트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상장사들이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2014년 8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치테마주는 개인투자자들이 변동성을 노리고 들어가는 단골 메뉴다. 문재인 테마주는 한 달 넘게 개인들에 의해 급등세를 이어간다. 총선 승리와 대선후보 지지율 1위 유지에 기업가치는 무시되는 모습이다. 우리들휴브레인(118000)과 우리들제약(004720)은 지난 4월14일 총선 후 27일까지 개인이 모두 18만여주 순매수했다. 이 기관과 외국인 모두 이 기간 순매도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같은 기간 주가는 각각 53%, 89% 올랐다. 전일 급등했던 반기문 주도 마찬가지다. 전일 13.96% 올랐던 반기문 주의 대표종목인 보성파워텍은 이날 6.17% 하락했다.
지난해 한미약품(128940)과 셀트리온(068270)의 폭등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중소제약주는 제2의 한미·셀트리온 후보군이다. 이른바 ‘수조원대 기술 수출 계약’ 등 대형 호재성 이벤트가 언젠가는 나타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연초에 비해 700% 이상 상승한 영진약품(003520)과 160% 이상 오른 신풍제약(019170)은 이런 기대감에 급등했다. 영진약품은 올해 초부터 27일까지 개인이 120만주 순매수했고 신풍제약도 개인이 7만7,000주 순매수 우위를 보였다. 중소제약주는 이미 고평가 상태다. 영진약품은 지난해 당기순이익(14억원) 대비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1,516배에 달한다. 제약·바이오주 평균 PER인 약 40배를 맞추려면 영진약품은 지난해 대비 360배 수준인 한해 5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추가로 벌어야 한다. 신풍제약도 한해 순이익을 90억원 더 벌어야 제약·바이오 업종 평균 PER에 맞출 수 있다.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35억원을 기록했다. 김정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에 저금리에 증시도 박스권에서 머물러 있다 보니 시중 투기성 자금이 이벤트드리븐 관련 주에 쏠리고 있다”며 “이 같은 투자는 폭락의 위험도 반드시 따라오니 과도하게 오르면 추격 매수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