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앞에선 "고가요금제 강요 금지" 뒤로는 "할당 못채우면 불이익"...두 얼굴의 이통사

저가요금제 비중 높은 영업점

리베이트 제공액 차감해 지급

"찍히면 안돼" 몸사리는 매장들

중저가폰 사면 고가요금제 강요

피해 고스란히 소비자에 전가





#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서울 용산구의 대리점 몇 곳을 찾았던 김영미(31)씨는 결국 빈손으로 매장을 나왔다. 3만원대의 요금제를 계획하고 갔더니 대리점 직원이 팔 수 없다고 퇴짜를 놓은 것이다. 김씨는 “대리점 직원이 저가폰은 3개월 이상 59요금제(월 5만9,000원)를 써야만 제품을 줄 수 있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기 있는 중저가 단말기를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부 영업점들이 저가 요금제 개통을 거부하거나 5만원대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일정 기간 이상 쓰도록 강요에 가까운 권유를 하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서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요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급형 단말기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 용산, 부천, 일산 일대의 영업점 12곳을 직접 방문한 결과 중저가 단말기를 구입하려면 반드시 5만원대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해야만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영업점이 무려 9곳에 달했다.


이는 저가 요금제 판매비중이 높은 영업점들에 대해선 리베이트 제공액을 차감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점들로서도 고가 요금제를 팔아야 더 많은 리베이트를 받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좀 더 비싼 요금제 가입을 권유하게 될 수밖에 없다. 같은 기종의 휴대폰을 팔더라도 해당 고객이 가입하는 요금제의 금액에 따라 통신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는 다섯 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리베이트를 많이 받기 위해 일부 대리점들이 고객에게 고가의 요금제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정 통신사와 계약을 맺는 대리점은 물론이고 여러 통신사 기종을 모두 판매하는 일부 판매점도 이통사의 방침 때문에 고가 요금제와 특정 부가 서비스를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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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전자상가에서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갤럭시노트5나 갤럭시S7을 판매할 때 고객을 5만원 이상의 요금제에 가입시키면 리베이트로 2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저가형 요금제로 판매했을 때는 판매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가 3만~5만원밖에 안 된다”며 “고객에게 액세서리라도 공짜로 주게 되면 저가 요금제 리베이트로는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저가 요금제 비중이 높으면 이통사가 대리점에 지급해야 하는 리베이트의 일부를 떼고 주는 관행도 드러났다. 대리점 관계자 나모(31)씨는 “저가 요금제 유치 할거면 이통사에서 아예 팔지 말라고 이야기한다”며 “대리점마다 고가 요금제 유치 할당량이 있다. 할당량을 못 채우면 (리베이트에서) 돈을 차감해서 준다. 부가서비스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나씨는 또 “직영점은 이통사나 자회사가 직접 운영하니까 개통해주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대리점은 요금제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목맬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판매점 역시 이 같은 이통사의 요금제·부가서비스 할당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서울의 한 판매점 직원 이모(38)씨는 “고객을 요금제에 가입시킬 때 부가 서비스를 못 팔면 지급 받는 수수료에서 건당 2만원씩 차감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 2만9,000원짜리 요금제로 개통하면 리베이트가 3만원밖에 안 된다”며 “이 정도 소액의 리베이트를 받으려고 굳이 이통사에 찍히는 것을 감수하며 저가 요금제를 팔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통사는 공식적으로는 대리점의 단통법 위반 영업 행태를 주기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러한 영업 행태를 사실상 강제하는 구조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통신사에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유지하기 위해 고가요금제와 부가서비스를 강요하는 정책을 내린다”며 “어기면 유통망은 대납 등 금전적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어 불필요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정혜진기자 iluvny23@sedaily.com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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