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의 언급과 달리 그의 방한 기간 언행은 누가 봐도 대선주자급이었다. 대선주자가 없어 고민이 컸던 새누리당에서는 반 총장이 차기 대권 카드로 급부상했으며 이를 전제로 한 보수 대결집과 함께 대구경북(TK)과 충청을 잇는 지역 연대 논의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야권도 반 총장이 여권 주자로 부상하는 데 따른 경계감을 넘어 이제 막말까지 동원해 ‘반기문 때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래서 반기문 바람을 의미하는 ‘반풍(潘風)’이라는 언론용 조어까지 등장하고 있고 각종 여론 조사에서 반 총장은 차기 대권 경쟁에서 선두에 나선 상황이다.
반 총장의 방한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치적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그는 이런 현상을 스스로 만들었다. 방한 첫날 관훈클럽 토론에서 “돌아오면 국민으로서 역할을 더 생각해보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강력하게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일정이라던 28일에는 충청 정치인의 대부인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났으며 29일에는 서애 유성룡 선생의 고택인 안동 충효당을 방문하는 등 기존 대선주자와 비슷한 행보를 이어갔다.
반 총장은 방한 기간 중 행보에 대해 주변의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자기 스스로 배밭에서 갓끈을 고쳐맨 것은 엄연한 사실 아닌가. 그런 그가 이번 방한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역할 수행”이라고 말해봤자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다. 대선주자 이상의 격(格)을 가진 그가 지난 며칠간 보여준 모습은 확실히 경박했다.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봐도 반 총장의 이번 한국 방문에서 생각나는 것은 그의 ‘국내 정치’ 퍼포먼스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