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패로 눈물을 펑펑 쏟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덧 우승 전문가가 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강자로 급부상한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이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독주를 예고했다. 3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의 트래비스포인트CC(파72·6,709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총상금 130만달러). 한국 기업이 신설한 이 대회 초대 챔피언의 영예는 쭈타누깐에게 돌아갔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골라낸 그는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 재미교포 크리스티나 김(10언더파)을 5타 차로 제치고 완승을 거뒀다. 5월을 뜻하는 ‘메이(May)’라는 애칭을 가진 쭈타누깐은 요코하마타이어 클래식, 킹스밀 챔피언십에 이어 5월에 열린 3개 대회 우승을 싹쓸이했다. LPGA 투어에서 3개 대회 연속 우승 달성은 2013년 6월 박인비가 LPGA 챔피언십, 아칸소 챔피언십, US 여자오픈을 연달아 제패한 후 3년 만이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쭈타누깐에게 골프는 잔인한 게임이었다.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최종일 3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였던 그는 마지막 3개 홀에서 모두 보기를 적어내 세계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에게 역전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미국 무대에 본격 데뷔한 지난해 중반에는 10개 대회 연속으로 컷오프되는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올해 어렵사리 첫 승을 거둔 뒤로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가장 먼저 시즌 3승을 거뒀다. 170㎝의 키와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평균 280야드 넘는 장타에다 쇼트게임 능력까지 가다듬은 쭈타누깐은 8월 리우 올림픽에서도 한국 선수의 강력한 금메달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13위였던 세계랭킹을 10위로 끌어올려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드라이버 없이 3번 우드나 2·3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날리면서도 까다로운 코스를 마음껏 요리했다.
이날 제시카 코르다(미국)에 1타 앞선 선두로 출발한 쭈타누깐은 6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앞서갔다. 8번홀(파4) 경기 도중 낙뢰 예보로 경기가 1시간가량 중단됐다가 재개된 뒤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9번과 10번, 11번홀에서 그린을 놓쳤지만 잇달아 정교한 어프로치 샷으로 파를 지킨 그는 이후 추격자들이 바람과 단단한 그린에 고전하는 사이 버디만 4개를 챙겨 격차를 5타까지 벌렸다.
대회 주최사인 골프볼 제조업체 볼빅은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원장이 디자인한 챔피언 두루마기와 함께 세계 최초 무광택 컬러볼 ‘비비드’로 만든 목걸이를 선물했다. 우승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3,000만원)를 챙긴 쭈타누깐은 시즌상금에서 리디아 고에 이어 2위(88만2,820달러)로 올라섰다. ‘첫 승과 3연승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웠느냐’는 질문에 “첫 승”이라고 답하고 “얼마 전까지는 중압감 속에서 플레이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지만 이제 알게 됐다”고 말했다.
3라운드에서 3타 차 4위에 올랐던 김효주(21·롯데)는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공동 6위(7언더파)로 마감했고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5언더파로 공동 11위, 김세영(23·미래에셋)은 리디아 고 등과 함께 공동 16위(4언더파)에 이름을 올렸다.
/앤아버=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