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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시장 글로벌 불황 속에 2011년 솔라원 기획실장 맡아
獨 큐셀 인수, 실적 반전 이끌어… 끈기·추진력이 빠른 성장 비결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화그룹 내부에서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태양광 셀과 모듈 분야에서는 중국 등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었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발전소 구축·운영 분야에서 글로벌 대기업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김동관(32·사진) 신임 한화큐셀 전무는 내부의 회의론자들을 지지자로 바꿔나가고 있다. 올 들어 실적 반전에 이어 태양광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따내며 태양광 사업의 미래가 손에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6일 단행된 한화그룹 임원인사에서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한 그가 지금까지의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룹 후계자로서 본격적인 검증대에 오른 셈이다.
지금까지의 스코어는 최상급이다. 한화가 김 전무의 승진을 포함한 114명의 임원인사(★인사 전체 명단 본지 5일자 1·9면 단독 보도, 관련 인사내용 37면)를 발표하면서 밝힌 인사 원칙은 '철저한 성과 중심'이었다. 김 전무가 지난해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재차 승진한 이유다. 한화 측은 "김 전무는 태양광 계열사 통합과 잇따른 대규모 사업 수주, 사상 최대의 실적 달성을 이끄는 데 핵심적인 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지난 2010년 ㈜한화로 입사했다. 미국 세인트폴 고교,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공군 통역 장교로 복무한 후 곧바로 경영수업에 뛰어들었다. 그룹 회장실에 배치된 김 전무(당시 차장)는 김승연 회장과 해외 사업 현장에 수시로 동행하며 글로벌 감각을 다졌다.
곧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사실상 맨땅에서 열매를 수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011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임명되며 태양광 사업을 맡게 된 것이다. 당시 태양광 시장은 불황으로 글로벌 기업마저 투자를 줄이고 공장 가동률을 절반 가까이 낮춘 시기였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 부자가 이때부터 태양광 사업의 성장을 위한 방안을 구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독일의 큐셀(한화큐셀)을 인수하고 한화솔라원과 합병한 것이 그 결과다.
김 전무는 이 과정에서 실적 반전을 이끌어냈다. 인수 당시 한화큐셀은 독일의 태양광 기술력은 갖췄지만 적자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김 전무는 한화큐셀에 몸담은 지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했고 올 2월 통합 한화큐셀이 출범한 후 지난 3·4분기에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일궈냈다. 3·4분기의 매출은 4억2,720만달러, 순익은 5,240만달러였다.
한화 관계자들은 김 전무의 끈기와 업무 추진력이 빠른 성장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부하 직원들보다 더 열정적인 '태양광 전도사'를 자처하며 부지런히 뛴 결과"라고 전했다. 김 전무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기업 자본 비용 감소, 규제 완화, 스마트 그리드 같은 사회적 인프라 투자의 관점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최양수 ㈜한화 화약 부문 대표이사, 이태종 ㈜한화 방산 부문 대표이사, 김연철 ㈜한화기계 부문 대표이사를 각각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전 한화에너지 대표이사로 현재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인력팀장을 맡고 있는 권혁웅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밖에 재계 임원 인사에서 보기 힘든 '학력 파괴'도 눈에 띈다. 이번 인사에서 한화손해보험의 첫 여성 임원으로 승진한 김남옥 상무는 최종 학력이 중학교다. 성별·학력에 관계없이 오로지 탁월한 영업 성과만으로 인재를 발탁한 결과다.
함께 승진한 조성원 한화손해보험 전무 역시 상고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