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이 지난 2001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 수준인 31조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 업종의 부실채권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31조3,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1조3,000억원 증가한 수치이며 2001년 3월 말(38조1,000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전체 여신 가운데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1.87%로 2010년 3월(2.0%)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부실채권비율은 총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미국(1.54%), 일본(1.53%) 등 주요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은 기업여신에서 급속도로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 부실채권은 3월 말 기준 29조2,000억원으로 2013년(16조7,000억원)에 비해 12조원 이상 급증했다. 반면 가계여신은 2013년 3월 말 3조6,000억원에서 올 3월 2조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기업여신 가운데 부실채권은 대기업에서 크게 늘었다. 대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말 3.76%에서 올 3월 말 4.07%로 0.31%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0.03%포인트 하락한 1.61%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현재 구조조정업종으로 선정된 조선(12.03%), 해운(11.43%), 건설(4.27%)의 부실채권 비율이 높았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STX조선해양·현대상선·한진해운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여신을 집중적으로 안고 있는 산업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6.7%로 가장 높았다. 수출입은행과 농협이 각각 3.35%, 2.15%로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1.38%), 하나(1.24%), 국민(1.08%), 신한(0.86%) 등 시중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대 안팎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 업종의 부실채권이 증가하면서 국내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이 증가하게 됐다”며 “앞으로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