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비녜 무구루사(4위·23·스페인)가 메이저대회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리며 ‘포스트 윌리엄스’ 후보의 선두 주자로 나섰다.
무구루사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를 2대0(7대5 6대4)으로 제압했다. 지난해 윔블던 결승에서 윌리엄스에 패한 그는 메이저대회 단식 결승 두 번째 도전에서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우승상금은 200만유로(약 26억4,000만원). 스페인 선수가 프랑스 오픈 여자단식을 제패한 것은 1998년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 이후 18년 만이다.
무구루사는 윌리엄스 이후 절대 강자가 나타나지 않는 세계 여자 테니스계에 새로운 ‘여제’ 후보로 떠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무구루사는 다음 주 세계 랭킹에서 2위에 오른다. 키 182㎝인 그는 이번 대회 1회전에서만 3세트까지 경기를 치렀을 뿐 2회전부터 결승까지 무실세트 경기를 펼쳤다. 윌리엄스보다 12살이나 어린 그는 특히 코트를 가리지 않고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는 클레이 코트 대회인 올해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했고 잔디 코트 대회인 지난해 윔블던에서는 준우승했다. 또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한 장소는 모두 하드 코트에서였다. 윌리엄스가 전성기 시절의 압도적인 모습을 다소 잃었다는 평을 듣는 가운데 그의 뒤를 이을 후보로 꼽힌 선수들의 부진도 무구루사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는 약물 파문에 휩싸였고 빅토리야 아자란카(벨라루스),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등은 꾸준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메이저대회 22번째 우승을 노렸던 윌리엄스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윌리엄스는 이 대회에서 우승했더라면 슈테피 그라프(독일)의 기록과 동률을 이룰 수 있었지만 최근 3개 메이저대회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이날 1시간43분의 결승전을 승리로 장식한 무구루사는 “오늘 결승전은 완벽했고 그 결과로 매우 행복하다”며 “상대가 워낙 파워풀한 선수라 나도 최대한 강하게 맞서려고 한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