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링 안에서는 챔피언이었지만 링 밖에서는 인종차별과 싸운 미국 민권운동의 영웅이었다.
그는 1964년 2월25일 복싱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한 후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캐시어스 클레이’라는 이름도 버렸다.
알리는 당시 개명 사실을 알리며 “나는 백인 동네로 이사할 생각이 없고 백인과 결혼할 생각도 없다. 난 당신들이 원하는 챔피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40∼1950년대 알리의 고향 켄터키주 루이빌은 흑백으로 갈린 두 개의 미국이었다. 학교와 교회, 공공장소에서 흑인은 백인으로부터 분리돼야만 했다.
같은 남부 출신 흑인이자 알리를 꺾은 최초의 복서인 조 프레이저를 향한 독설은 흑백뿐 아니라 흑인 사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알리는 공식 석상에서 프레이저를 ‘엉클 톰(백인에게 굴종적인 흑인)’이라거나 ‘백인의 챔피언’ ‘못생긴 벙어리 고릴라’라고 조롱했다.
그는 특히 “베트콩은 나를 깜둥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데 내가 왜 총을 쏴야 하느냐”며 베트남전 참전을 거부했고 그는 ‘영웅’이라는 칭호와 ‘반역자’라는 오명을 동시에 뒤집어썼다.
그의 정체성과 민권운동에 대한 인식은 1960년대 맬컴 엑스와 친분을 쌓으면서 개화했다. 작가 랜디 로버츠는 두 사람의 우정을 다룬 저서에서 “맬컴의 보호 아래 알리는 세계 무대를 껴안아 흑인의 자부심과 독립의 세계적인 상징인물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알리는 30년 넘게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유엔 친선대사를 맡아 평화의 메신저로 활동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반(反)무슬림’ 발언을 내놓자 “우리 이슬람 교도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이슬람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맞서 일어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알리의 삶에 대해 “링 안에서는 챔피언, 링 밖에서는 영웅”이라고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