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여왕’ 박성현(23·넵스)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딱 1년 전이었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데뷔 시즌을 보낸 그는 지난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2주 뒤 첫 우승을 했다.
올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선 박성현과 동갑 친구에 이름도 비슷한 2년차 박성원(23·금성침대)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또 하나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박성원은 5일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6,187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3라운드를 1타 차 단독 2위로 마친 뒤 챔피언조 경기 걱정에 “잠도 안 올 것 같다”던 박성원이었지만 초반부터 치고 나간 그에게서 긴장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종합계 16언더파의 박성원은 2위와 5타 차의 압승으로 데뷔 첫 승을 터뜨렸다. 우승상금은 1억2,000만원. 올해 5개 출전 대회에서 벌어들인 시즌 상금 669만원(97위)의 20배에 이르는 돈을 ‘한 방’에 거머쥔 것이다. 상금랭킹은 17위로 80계단이 뛰었다. 2018년까지 유효한 KLPGA 투어 풀시드를 손에 넣었고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까지 얻었다.
박성원의 깜짝 우승은 박성현 스토리보다 더 극적이다. 데뷔 시즌 상금 30위권으로 비교적 안전하게 다음 시즌 풀시드를 따냈던 박성현과 달리 박성원은 이번 대회 출전권조차 없었다. 지난 시즌 상금 91위에 그쳐 시드순위전에 끌려갔던 박성원은 시드전에서도 54위에 머물러 풀시드를 따지 못하고 조건부 시드에 만족해야 했다. 올 시즌 전체 11개 대회에서 5개 대회에만 출전권이 주어졌다. 이번 대회도 대기순번 신세였다. 한 달 전 참가한 대회 자체 퀄리파잉 토너먼트(예선)를 11위로 통과하면서 어렵게 출전자격을 얻었다. 예선을 실시하는 대회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이 유일하다. 박성원은 예선을 거쳐 우승까지 차지한 KLPGA 투어 1호 선수가 됐다.
2시즌 동안 톱10은 한 번뿐이던 박성원은 생애 처음 맞는 마지막 날 챔피언조 경기에서 생애 최소타를 쳤다. 2번홀(파4) 첫 버디를 시작으로 전반에만 5타를 줄여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했다. 11번홀(파4)을 끝냈을 때는 2위와 격차가 무려 6타였다. 18홀 동안 그린을 한 번밖에 놓치지 않을 정도로 아이언 샷 감이 최고조였다.
신지애·전인지 등이 나온 함평골프고 출신으로 2011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박성원은 아이언 샷이 주특기다. 167㎝의 키에 듬직한 체구, 부드러운 스윙은 미국에서 뛰는 전인지나 양희영을 연상시킨다. 경기 후 박성원은 “우승을 생각하고 친 게 아니라서 얼떨떨하다. 기쁜데 표현을 잘 못하겠다”며 “2라운드에 좋았던 아이언 샷 감이 오늘까지 이어졌고 5m 안팎의 퍼트가 잘 들어가 준 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으니 오늘처럼 욕심부리지 않고 그저 최선을 다해 치겠다. 3~4승 정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얘기했다.
하민송이 11언더파 2위, 이승현과 고진영은 9언더파 공동 3위로 마쳤다. 상금 1위 박성현은 이글 1개에 버디 3개로 5타를 줄여 전날보다 13계단 오른 3언더파 공동 20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