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1995년 취임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몇 가지 행사를 직접 챙긴다. 매년 초 LG그룹 내 혁신 활동에 대해 포상하는 ‘LG혁신한마당, 대학생 인재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 ‘LG글로벌챌린저’, 그리고 계열사들의 신사업과 중장기 계획을 점검하는 ‘전략보고회’가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전략보고회는 그룹의 중장기 ‘미래 먹거리’를 찾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올해도 구 회장은 이달 초부터 전략보고회를 열고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올해는 연초부터 구 회장이 혁신과 변화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각 계열사에서 어떤 계획을 내놓았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략보고회 키워드는 ‘혁신’과 ‘변화’=5일 LG그룹에 따르면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가 순차적으로 전략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LG그룹은 매년 6월 중장기 전략보고회를, 11월 업적보고회를 연다. 계열사 CEO와 사업본부장은 전략보고회에서 각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구 회장을 비롯한 그룹 CEO와 공유한다. 한 해 실적과 내년 계획을 보고하는 업적 보고회보다 그룹 차원에서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행사다.
올해 LG의 전략보고회의 키워드는 ‘혁신’과 ‘변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부터 글로벌CEO 전략회의, 두 차례의 임원세미나, LG혁신한마당 등 기회가 될 때마다 혁신과 변화를 강조해오고 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나온 구 회장의 발언에는 ‘심각한 상황’ ‘선제적 변화’ ‘생존 위협’ ‘절박함’ 등 기존과는 다른 메시지가 담겼다. 이렇다 보니 각 계열사들도 예년과 달리 긴장된 분위기에서 전략보고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는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이 지난해 말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첫 전략보고회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1·4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디스플레이 업황 악화, 스마트폰 시장 회복 부진 속에서 다음 먹거리를 준비하는 이번 전략보고회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車 부품·신에너지 분야, 어떤 구상 나올까= 업계에서는 LG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에서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처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 자원을 집중해 과감히 치고 나가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자동차 부품 사업 부문은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 등 주력 계열사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LG전자의 부품 사업 부문인 VC사업본부는 지난해 4·4분기 흑자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올해 1·4분기 들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최근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 업체와 부품 업체 간의 짝짓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LG전자의 이렇다 할 신규 수주 소식이 들리지 않다는 점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 강화를 위한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테슬라 등 전기차 돌풍에 대한 대응전략도 심도 깊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사업추진단 차원에서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LG화학의 배터리, LG CNS의 에너지관리기술 등 각 계열사가 보유한 에너지 사업 관련 역량을 모아 대규모 신재생에너지프로젝트가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자 부문에서는 스마트폰 ‘G5’의 활약에도 개선되지 않는 실적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밖에 기존의 가전·정보기술(IT) 제품이 주축인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 일변도에서 탈피해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 강화전략도 살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부문에서 LG그룹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방안을 채택할지도 관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