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은행을 찾아 부동산 투자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저금리 기조 고착화로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상품에 목마른 투자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이 매달 고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향후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은퇴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투자 상품의 다양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각 지점을 통해 공식적으로 접수된 고액자산가들의 부동산 상담건수는 750건으로 전년(670건)에 비해 12% 늘어나는 등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올 5월 기준으로는 벌써 410건의 상담 건수가 접수됐다.
안성용 우리은행 차장은 “접수 내용의 60~70% 이상이 부동산 투자 상담이고, 나머지는 보유 부동산 가치평가 및 매도 시점 문의, 임대차 관련 상담, 개발 가능성 및 사업성 컨설팅”이라며 “지금 같은 추세면 올해 900건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증가하고 60세를 넘기기 시작했다”며 “노후 생활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고민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상품이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자산가들의 경우 대부분 중소형 빌딩이나 상가 투자에 편중되어 있다. 그나마 여윳돈이 없는 사람들은 접근하기도 어려운 투자처다. 또 중소형 빌딩이나 상가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이형 딜로이트안진 전무는 “직접 투자는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임대와 시설 관리 등에 대한 부담이 있어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원하는 은퇴자의 속성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직접 투자 보다는 관리 및 투자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리츠나 펀드를 통해 투자를 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부동산자산운용사들도 은퇴자들을 위한 다양한 투자 상품을 만들어서 간접투자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리츠와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 활성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리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작년부터 리츠 공모 상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으며, 부동산펀드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는 최근 개인들도 500만원부터 부동산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펀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펀드의 경우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최소 투자 금액 1억원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진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