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개봉하는 디즈니의 새 영화 ‘정글북’은 이야기 자체로만 봐서는 전혀 새롭지가 않다. 120년도 더 된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하는데다 이미 디즈니가 1967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한 차례 만들어 선보였다. 실사영화로도 여러 번 제작됐는데 이번이 무려 18번째라고 하니 말 다했다.
하지만 새로운 ‘정글북’을 만날 관객 중 ‘이 영화가 지루하다’거나 ‘지겹다’고 느낄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정글북’이 선사하는 황홀한 시각적 체험은 우리가 기존에 봤던 ‘정글북’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조차 깡그리 잊게 한다. 단언컨대, 완전히 새로운 영화적 경험인 셈이다.
늑대에게 키워진 인간 아이 ‘모글리’가 정글의 동물 친구들과 함께 모험한다는 이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수백, 수천 가지의 새 이야기들이 혈투를 벌이는 세계 극장가에서 또 한 번 주목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시각적 효과다. 영화는 모글리를 연기하는 닐 세티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와 배경이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된 일종의 애니메이션이지만 눈으로 봐서는 도무지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는 게 우선 경이롭다. 예컨대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들은 눈앞에 보이는 정글과 동물들이 실제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는데 이것은 모두 제작진의 철저한 의도 아래 나온 결과물이다. 제작진은 소설 ‘정글북’의 배경이 된 인도 벵갈루루 실제 정글에서 10만 장 이상의 사진을 촬영해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만든 후 이를 토대로 CG 작업을 진행했으며, 3차원 입체영상을 구현하면서도 화면이 도드라져 보이는 입체감보다는 깊이감을 부각하는 방식을 썼다. 촬영할 때도 실제 정글에서 불가능한 앵글이나 카메라 워크는 철저히 배제했는데, 현실에서 사람이 찍은 것 같은 리얼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CG로 구현된 극 중 동물 캐릭터의 사실감도 놀라울 정도다. 지금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영상기술 중에서도 최상품에 가까운 솜씨들이 70여 종 동물들의 털 한 오라기까지 놓치지 않고 구현해낸다. 빌 머레이·스칼렛 요한슨·벤 킹슬리·크리스토퍼 월켄 등 일급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주는 몰입감도 감탄을 자아낸다.
‘정글북’은 북미나 중국, 유럽 등지에서는 4월 개봉해 벌써 8억9,50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었다. 북미 내 수익만을 따지면 기존 디즈니 실사 영화 가운데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보다도 조금 높다. 물론 해외에서의 흥행이 한국 흥행을 무조건 담보하는 건 아니지만 최근 ‘겨울 왕국’,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 등 가족용 애니메이션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이라 기대감은 높다. 하물며 120년의 세월을 거쳐 완벽하게 검증된 명작 동화가 현대의 최첨단 영상기술을 품은 영화로 재탄생했다는데 보기를 마다할 부모는 적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특별히 가족용 관객을 위한 더빙 버전도 나온다니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