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이 한·중·일 환율정책을 노려보는 이유

[FORTUNE'S EXPERT]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미국이 한, 중, 일을 모두 환율 조작의 가능성이 있는 관찰국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상당한 의도가 있다고 보아한야다 . 정부의 환율 문제 개입에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미국이 한, 중, 일을 모두 환율 조작의 가능성이 있는 관찰국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상당한 의도가 있다고 보아한야다 . 정부의 환율 문제 개입에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 중국, 일본을 환율 관찰국 명단에 올려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율 문제에 대해 각국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아베노믹스와 엔화 가치 추이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먼저,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로 인해 계속 엔화가 발행되는데도 엔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에는 미국이 환율 조작국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BHC 법안(미국이 자국 통화인 달러를 지속적으로 저평가하는 환율 조작국에 직접 무역제재 조치를 내릴 수 있다)을 시행하면서 일본을 환율 관찰국 리스트에 포함시킨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리는 듯한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엔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인 통화정책의 의미는 상당히 복합적이다. 그리고 그 정책이 상당 부분 작동하고 있지만 효과가 시원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복잡함을 더하고 있다. 첫째, 아베노믹스에 따른 팽창적 통화정책은 일본판 양적 완화 정책이다. 양적 완화 정책은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통화를 계속 발행함으로써 경기부양을 도모하는 비전통적 통화 정책이다. 이 정책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함께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둘째, 일본은 양적 완화 정책만이 아닌 질적 완화 정책이라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사들이는 자산 목록에 일본계 은행들이 보유한 상장지수펀드(ETF)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행은 ETF를 사들임으로써 일본 기업들에 대한 지분 보유를 간접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주식시장 부양의 의미까지 포함한 정책을 시행하다 보니 질적 완화의 성격도 함께 가진다는 것이다.

셋째, 이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본은행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들이면서 돈을 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 보유 국채가 일본은행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중앙은행이 정부 발행 국채를 상당 부분 보유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정부 국채를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경우 국채 과다발행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위기 가능성은 그만큼 감소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넷째, 아베노믹스의 금융정책은 통화정책인 동시에 사실상 환율정책이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통화를 대량으로 발행하는 경우 자국통화 가치가 감소하면서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실제로 일본 중앙은행이 본격적인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엔화 절하가 유도되었고 엔-달러 환율은 한때 120엔/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엔 절하가 유도되었다. 주지하다시피 글로벌 위기에서 한 국가가 자국 통화를 절하시켜서 자국 수출을 늘리려 들면 이는 경쟁적 평가절하로 이어지면서 공멸에 가까운 상황이 유도된다. 대공황 시절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국가 간 갈등이 유도되는 등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정책에는 소위 ‘근린 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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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본은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근린 궁핍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동안 미국이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을 상당 부분 변호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플라자 합의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은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당 240엔이던 엔-달러 환율을 3년여 만에 120엔대까지 끌어내렸다. 이로 인해 일본의 수출이 줄고 경기가 둔화되자 일본 당국은 통화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책을 시행했다. 그런데 이렇게 풀린 통화가 자산가격의 버블을 만들어냈다.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더니 결국은 버블이 터졌다. 버블 후유증에다가 부실자산 처리까지 늦어지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일본 경제는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사실 한국의 환율에 비유하자면 3년 만에 달러당 1,000원인 환율이 500원이 된 셈이다. 아마 이런 상황이 가시화되면 우리 수출기업들은 모두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변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일본 당국이 이에 대해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은 재무장관까지 나서서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태도가 변한 데에는 중국의 영향이 크다. 미국은 중국 당국이 주식시장 하락에 대한 부양책으로 위안화를 마음대로 절하하는 상황을 관찰하면서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일본을 예외적으로 다룰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시장 환율로 본격 전환되지도 않은 위안화가 IMF의 SDR 통화 바스켓(현재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으로 구성. 올해 10월부터 중국 위안화 포함)에 편입된 것도 못마땅해하는 분위기이다.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출범 등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문제를 중국 견제용 카드로 사용하는 마당에서, 일본에 대한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 중, 일을 모두 환율 관찰국 명단에 올려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론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확대하는 등 아베노믹스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지만 엔화가 절상되어도 이제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는 힘들어지는 모습이다. 앞으로는 우리도 조심해야 한다. 미국이 한, 중, 일을 모두 환율 조작의 가능성이 있는 관찰국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상당한 의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환율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시행되기 시작한 BHC 법안은 좋은 무기이다.

그러나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브레튼우즈 2.0 체제(달러화 단일 기축통화 시대) 하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시키면서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쌓아야 한다. 원화 절상이 치명적일 수 있는데도 정부가 나서서 본격적인 개입을 하기 어려워진다면 다른 방법도 개발해야 한다. 여차하면 달러 퍼내기 정책 등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원화 절상 국면에 대비한 다양한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환율이 우리의 아킬레스건이 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로 대비를 해야 할 때이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윤창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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