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웨이트 민자사업청은 지난해 말 이후 입찰을 계속 연기했던 ‘알주르 북부2 민자수력발전소’ 입찰을 이달 진행하기로 확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약 30억달러 규모로 국내 건설사들이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대형 사업 가운데 하나다.
최근 들어 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해외 건설 ‘텃밭’인 중동 지역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동 발주처들이 선수금 비율을 높이는가 하면 장기간 미뤘던 대형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주가 급감했던 중동 지역에서 최근 일부 대형 프로젝트의 입찰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선 쿠웨이트 민자사업청의 알주르 북부2 민자수력발전소 외에도 국내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가 유력한 카타르 루사일 월드컵경기장 프로젝트가 오는 8월 초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만 정부 역시 지난 3월 입찰을 마감한 후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던 두쿰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파이낸싱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더불어 최근 카타르 등 중동 지역 국가들의 건설정책이 기업에 유리하게 바뀌는 것도 실적개선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근 카타르 공공사업청은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공공사업청이 발주한 공사를 맡은 시공사에 선수금을 20% 수준으로 지불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말 건설업체들에 대한 대금지급을 중단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최근 채권으로 미지급금을 지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선수금은 공사비의 5~10% 정도로 지급하는데 20%까지 늘리는 것은 적지 않은 혜택”이라며 “특히 최근 현금흐름이 건설사의 중요한 재정 건전 지표로 사용되는데 유동성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저유가를 경험한 탓에 유가가 다소 상승하더라도 예전과 같은 ‘중동 르네상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도 사업방식이 재정투자사업에서 ‘민관협력사업(PPP)이나 민자발전(IPP)’ 등과 같은 민간이 자금을 조달해오는 형식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기는 하지만 아직 중동 발주처의 재정 상황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민간투자사업 형태로 발주가 진행될 경우 오히려 파이낸싱 능력이 떨어지는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