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문학 교양 강의 프로그램에서 장승업의 그림을 잘못 소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른 사람의 작품이 확실한 그림을 가져다 장승업의 그림으로 소개하거나, 전문가들조차 처음 보는 그림이 조선후기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의 그림으로 소개되기도 했다는 주장이 불거졌다.
지난달 19일 방영된 O 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34회에선 스타 강사 최진기가 피카소, 렘브란트 등 유명화가들의 그림을 끌어오며 조선 시대 미술사를 한 시간동안 풀어낸 바 있다.
김홍도의 작품부터 신윤복, 장승업까지 다양한 화백들의 작품들이 외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소개됐다. 최진기가 특유의 입담으로 방대한 내용을 쾌도난마처럼 풀어 설명하자 청중들은 감탄하며 작품을 감상했다.
최진기 강사는 본래 수능 사회탐구 영역 ‘스타 강사’로 사회학 전공자이지만 특유의 입담으로 인해 인기를 얻어 대중을 상대로 역사, 경제학 등 인문학 전반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인물. 문제는 조선 후기 그림들을 소개한 방송의 후반부부터 불거졌다.
전문가들에 의해 방송에 장승업의 그림이라고 등장한 ‘군마도’ ‘파초 그림’ 등이 다른 사람의 작품이라는 강한 의혹이 제기된 것.
방송이 나간 뒤 한국미술정보개발원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스마트K’(http://www.koreanart21.com)에 미술사가 황정수는 ‘tvN 미술 강의로 본 인문학 열풍의 그늘’이란 칼럼을 올려 해당 방송에서 장승업의 그림이라 소개된 군마도와 파초 그림이 모두 낯선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해당 칼럼에서 ‘군마도’를 지적하며 “그가 예로 든 말 그림은 장승업의 그림이 아닌 서울 어느 대학을 퇴직해 아직도 생존해있는 이모 교수의 그림”이라며 “어떻게 이런 방송 사고가 있을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라고 밝혔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역시 8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군마도 그림에 대해 “나도 처음 그 방송을 봤을 때 만에 하나 내가 못 본 장승업의 그림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조심스러웠으나 도장이나 낙관을 보면 한국화가 이양원(72) 선생의 그림으로 보인다”며 “장승업의 그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날 방송에서 역시 장승업의 작품이라 소개된 파초 그림에 대해서도 “진짜 장승업의 그림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씨는 해당 칼럼에서 “(파초 그림이) 아무리 봐도 장승업의 필치는 아니었다”며 “<취화선> 영화에 대필 화가의 작품으로 소개 된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품을 장승업의 그림인 것처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준모 평론가 역시 “장승업의 파초 그림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파초유묘도’ 정도인데 아래에서 파초 아래 고양이가 뛰어노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며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작품을 찾다보니 헷갈린 게 아닐까 싶다”고 의견을 제기했다.
황씨는 장승업의 그림 외에도 어몽룡의 <월매도> 역시 ‘진작(眞作)’이 아닌 ‘전칭 작(傳稱 作)’으로 소개되는 작품이었으며,이날 방송에서 소개된 석파 이하응, 단원 김홍도의 작품 가운데도 가품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CJ E&M 측은 “현재 최진기 강사가 해외 일정이 있어서 본인의 의견은 듣지 못한 상황이다. 최진기 강사 팀과 논란의 진위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특강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주제 선정 정도만 함께 논의하고 강의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선 제작진 측에서 따로 팩트 체크를 하고 있진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파초 그림의 경우엔 확실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재방송분에선 해당 부분을 삭제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