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58년 개띠

0915A38 만파0915A38 만파




작가 은희경이 1958년 개띠 동갑내기 4명의 인생 유전을 그린 장편소설 ‘마이너리그’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어디를 가나 사람에 치이는 일은 우리들이 태어날 때부터의 숙명이었다. 우리의 인생은 죽죽 뻗어 가기보다는 그럭저럭 꼬여 들었다. 끊임없이 투덜대면서도 어쨌거나 가족을 부양했고, 그런 틈틈이 겸연쩍어하면서도 모르는 척 자질구레한 죄를 저질렀다.” 인생을 논하며 소주잔 위에 눈물을 뿌리던 별 볼일 없는 개띠 남자들의 이야기야말로 우리네 범부들의 슬픈 자화상일 것이다.


1958년생은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주자다. 그해 태어난 이들이 워낙 많은데다 동류의식도 강하다 보니 ‘58년 개띠’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이들은 콩나물시루 같은 초등학교를 거쳐 고교 평준화에 따른 ‘뺑뺑이 세대’의 큰 형님 격이다. 유신독재 말기에 대학을 다녔고 1987년에는 넥타이 부대로 활약하는 등 역사의 격변기를 겪어야 했다. 가는 곳마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했고 산업화를 앞장서 이끌었다는 자부심과 동료의식도 다른 인구그룹에 비해 훨씬 강한 편이다.

관련기사



올해 58세인 개띠들도 본격적인 은퇴시기를 맞고 있다. 올해부터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서 기업규모에 따라 58년생들의 희비가 엇갈려 ‘꼬인 세대’라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그래도 58년생은 축복받은 이들이다. 1980년대 취업 당시만 해도 연간 10%의 고속 성장을 지속하는 풍요로운 나라였다. 대졸자는 회사를 골라가는 완전 취업이 가능했고 상당수가 번듯한 직장에 공채 1기로 입사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국내 1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1958년생 경영인이 14.1%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53세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58년생이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지만 천신만고 끝에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셈이다. 성취감을 맛본 58년생들이 이제는 흙수저 후배들을 살뜰히 챙겨야 할 때인 듯싶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