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가 베트남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 권역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경제 성장이 빠르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경제의 호랑이(Tiger Economics)’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트남 경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최근 5년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8%로 정부의 기존 목표치인 6.2%와 2014년 성장률(5.9%)을 크게 웃돌았다. 1인당 GDP도 지난해 2,109달러로 2000년 대비 424.6%나 급증했다. 독일의 ‘라인 강의 기적’, 한국의 ‘한강의 기적’처럼 베트남도 ‘홍강의 기적’을 이룰 시기가 멀지 않아 보인다.
경기 회복과 함께 베트남의 부동산 경기도 지난해 7월 외국인투자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외국인이 점점 늘어나면서 지난해 호치민의 주택거래량은 3만6,160건으로 전년보다 98%나 증가했다. 현재 베트남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6%~7%로 2012년(11%~12%)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반면 호치민 고급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2,000~3,000달러 수준이다. 예금 투자보다 아파트를 매입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부동산 신용 대출은 393조동(20조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대외관계도 베트남의 경제성장에 호재가 될 것이다. 한국, 일본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오는 2018년부터는 유럽연합(EU)과의 FTA도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하고 베트남이 미국산 항공기 100대를 구입키로 하는 등 관계 강화의 흐름도 관측되고 있다. 이번 방문으로 양국의 사회·정치뿐만 아니라 경제·군사까지 실무협력이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베트남의 국가신용등급 평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 자금 유입 확대, 베트남 교민들의 송금 증가로 베트남 환율은 다른 이머징 국가 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해왔다. 6월 초 현재 동·달러 공시환율은 2만2,420동으로 연초대비 0.5% 하락했다. 위안화·달러(1.4%), 루피·달러(1.7%) 환율의 움직임과 비교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이다. 또 지난해 무역수지는 4년 만에 적자를 보였으나 올해 1~5월 총 13억달러 흑자로 다시 돌아섰다. 미국 금리 인상, 중국 위안화 절하 등의 영향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지속되겠지만 외환보유고 증가, 해외 교포송금 확대, 외국인직접투자(FDI) 증가 등으로 달러 수급이 개선될 전망이다. 기준환율 추가 인상의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베트남 정부는 자본 시장 개방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9월부터 외국인의 베트남 주식보유 한도를 기존 49%에서 무제한으로 상향 조정했다.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해 내달부터 일중 매매도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투자심리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베트남 증시는 5년 연속 상승했다. 호치민거래소의 VN지수는 2012~2015년 총 77.3% 상승했고 올 들어서도 강세다. VN지수는 지난 3일 기준으로 624를 기록,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꾸준한 경제 성장과 부동산 시장의 회복, 해외 자금 유입이 호재로 작용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2007년~2015년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증시가 5년 연속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VN지수의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은 14.7배로 태국(15.3배), 필리핀(19배) 등 주변국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법인세 인하, 판관비 절감, 낮은 원자재 가격 등의 영향으로 상장사들의 순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국 상황이나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종합해 보면 그리 크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