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檢·警 단속 강화에…불법 도박 '숨바꼭질'

'메인 서버' 中·베트남서 필리핀·동유럽으로 이동 꼼수



인터넷·스마트폰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100조원 규모로 커진 사행성 불법도박 시장을 근절하기 위해 사정당국이 단속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자 최근 도박 사이트들이 메인 서버를 필리핀이나 동유럽 등지로 옮기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불법도박 사이트 대부분이 성인인증 절차조차 없어 청소년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물론 전화·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차별 ‘호객행위’를 하고 있어 검경의 강력한 수사와 단속이 요구되고 있다.

인터넷 등 영역확장 100조 규모


20·30대 중심 독버섯처럼 퍼져



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최근 스포츠 베팅, 사다리 등 불법도박 사이트들이 메인 서버를 필리핀은 물론 동유럽 등지로 옮기고 있다. 통상 지금까지 이들 불법도박 사이트가 메인 서버의 ‘본거지’로 삼던 곳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경찰이 불법 온라인 사행성 게임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검찰도 모니터링 요원을 확충하는 등 단속망을 넓히자 사정당국이 찾기 힘든 필리핀이나 동유럽 지역으로 메인 서버를 옮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필리핀은 섬만 7,000개가량으로 이곳들에 메인 서버를 둘 경우 단속이 쉽지 않다”며 “사행성 불법도박 사이트들이 메인 서버를 기존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동유럽 등 국가로 옮기며 단속을 피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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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터넷·스마트폰을 통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사행성 불법도박은 메인 서버를 추적해 사이트를 차단하는 등의 방법 외에는 근절할 방안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사행성 불법도박 사이트들이 공짜 체험과 각종 이벤트를 앞세워 전화·문자메시지 등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으나 마약과 달리 단순 광고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어 적발해도 형사조치를 내릴 수 없다. 현재 마약 등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해서는 광고 등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식품의약품안전처·대검찰청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불법도박의 경우 20·30대 젊은층에서 빠르게 퍼지며 ‘사회악’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법률 개정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화·메시지로 무차별 호객행위

법적 근거 마련 안돼 처벌도 못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행성 불법도박 사이트들이 무작위 번호 추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광고성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면서 청소년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으나 이를 막을 만한 방안은 마련되고 있지 않다”며 “이들 불법도박 사이트가 수사망을 피하려고 첨단화·다국적화·다양화하면서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수사와 단속의 강도도 한층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행성 불법도박 시장은 2006년까지만 해도 21조∼28조원(한국레저산업연구소) 정도로 추정됐으나 2014년에는 100조원대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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