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베이징현대 3공장 탐방기

용접로봇만 433대 갖춘 자동화 공장<br>높은 생산성으로 현지화 모델 쏟아내

베이징현대 3공장 모습. 공장 건물들이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베이징현대 3공장 모습. 공장 건물들이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베이징현대는 올 하반기 중국 진출 14년 만에 현대차 누적판매가 800만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현재 3개 공장을 통해 연간 105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그 중 3공장 규모가 가장 크다. 최신설비와 생산 시스템을 갖춰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20대 젊은 청년들이 컨베이어벨트에서 분주하게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는 베이징현대 3공장을 직접 방문해 곳곳을 두루 살펴봤다.









지난 4월 26일 중국 베이징시 북서쪽 순의구 양전개발구에 위치한 ‘베이징현대기차유한공사(이하 베이징현대) 3공장’을 찾았다. 양전개발구는 공단 지역으로 베이징현대 1 · 2 공장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베이징 도심에서 버스로 1시간 가량 달리자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자 깔끔한 외관을 자랑하는 베이징현대 3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이징현대 3공장은 2012년 완공과 동시에 차량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46만㎡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에 프레스 · 차체 · 도장 · 의장 라인은 물론, 엔진생산 설비 등까지 갖추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45만대. 각각 연간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베이징현대 1·2공장보다 1.5배 높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 도착하자 마치 다리처럼 공장 건물 두 동을 연결하고 있는 컨베이어벨트가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현대 3공장 현황에 대해 브리핑을 들은 뒤 자동차 조립 공정에 따라 프레스-차체-도장-의장 라인을 순서대로 돌아봤다. 김봉인 베이징현대 생산총괄담당 부총경리(전무)는 “베이징현대 1 · 2공장을 포함한 기존 현대차 해외 공장의 우수 개선 사례를 100% 반영했고, 검증된 신기술을 적용해 인간 중심적이고 친환경적인 작업환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골프장 카트 같은 차량에 타고 들어간 공장에서 ‘치익치익~쿵쿵’ 소리가 울렸다. 프레스 공정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소리만 날 뿐 공장 안은 깨끗했다. 현대로템이 만든 거대한 프레스 기계는 철판을 자동차 각 부위에 맞게 잘라낸 뒤 패널 형태로 찍어내고 있었다. 공정 설명을 담당한 조근희 베이징현대 홍보팀 차장은 “부위마다 다르지만 측면패널의 경우 한 시간에 540장까지 찍어낸다”고 알려주었다.




프레스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패널들이 차체공정으로 옮겨진 뒤 로봇으로 용접되고 있다.프레스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패널들이 차체공정으로 옮겨진 뒤 로봇으로 용접되고 있다.


차량 생산 전 과정은 컨베이어벨트로 연결되어 있었다. 프레스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패널들이 차체 공정으로 옮겨졌다. 로봇들이 패널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빠르게 용접을 진행하고 있었다. 용접을 맡은 로봇 433대는 현대중공업이 만들었다. 컨베이어벨트가 흘러갈수록 용접된 패널들은 점차 자동차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조근희 차장은 “최근 만들어지는 자동차의 경우 거의 7,000~8,000개 정도의 용접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며 “차체가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라고 설명했다.

프레스와 차체 공정에선 생산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위험한 작업은 대부분 자동화했기 때문이다. 도어 · 트렁크 · 후드 · 사이드패널 · 플로어 등 내 · 외판이 조립된 차체는 도장 공정으로 운반돼 색을 입고 있었다. 도장 공정으로 넘어오자 생산직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차체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장 작업을 시작했다. 도장을 마친 차체는 또 다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의장 공정으로 이동했다. 대부분의 작업이 자동화됐지만 의장 공정에서만큼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생산직원들이 끊임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숙련된 솜씨로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작업이 자동화됐지만 의장공정에서만큼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생산직원들이 숙련된 솜씨로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대부분의 작업이 자동화됐지만 의장공정에서만큼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을 수 없다. 생산직원들이 숙련된 솜씨로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 울산공장보다 높은 생산성
베이징현대 3공장 생산직원들은 대부분 20~30대다. 평균 나이는 23세로 한국 울산 공장 생산직원 평균 나이인 45세의 절반 수준이다. 베이징 지역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취업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평균 인건비는 7,750위안(약 130만 원) 수준이다.

조근희 차장은 “현대차를 찾는 소비자가 많다는 생각에 특근이나 추가 근무도 불사할 정도로 직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며 “컨베이어벨트가 흘러가는 속도도 한국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조 차장은 “한창 주문이 밀릴 때는 직원들이 스스로 점심시간을 1시간에서 40분으로 줄이기도 한다”며 “공장 가동률이 100%”라고 강조했다.

베이징현대 3공장은 ‘모듈화’가 이뤄져 타 공장에 비해 공정이 단순하다. 베이징현대 3공장은 현대모비스 모듈 공장을 바로 옆에 붙여놓았다. 현대모비스가 만든 모듈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3공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구조 덕분에 3공장의 효율성은 1 · 2 공장보다 높다. 예컨대 1 · 2 공장은 변속기와 엔진을 각각 따로 받아 차체에 장착해야 하지만, 3공장은 바로 옆의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엔진 · 변속기 · 주변 부품을 결합한 모듈을 컨베이어벨트로 받아 그대로 차체에 조립하면 된다.


모듈화가 되어 있어 작업 공정이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생산직원들은 한 라인에서만 근무하지 않고 전환 근무를 한다. 전환 근무는 동일 작업 반복으로 인한 직업병 유발을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조근희 차장은 “직원들이 계속해서 한 가지 업무만 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안전사고의 위험과 생산력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해 현재 시간대별로 작업장을 바꿔 가며 근무를 하고 있다. 당연히 작업 효율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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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현대 3공장은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시간당 97대를 생산하고 있다. 류부열 베이징현대 3공장장은 “자동차 1대를 완성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5.8시간에 불과하다. 30시간 정도인 한국 울산공장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울산공장에서 차량 100대를 생산하는 시간이면 베이징현대 3공장에선 175대를 생산한다” 고 설명했다.

베이징현대 3공장은 ‘BTO(Build To Order)’ 방식으로 주문을 받아 차량을 생산한다. 매주 화요일 딜러의 주문이 들어오면 목요일에 회의를 거쳐 생산량을 확정하고 그 다음 주에 바로 생산에 들어간다. 차량을 주문한 고객은 1주일 만에 새 차를 받아 볼 수 있다. 이 같은 프로세스 때문에 재고에 대한 걱정이 없다.

3공장에선 현재 위에둥(중국형 아반떼HD), 랑동(중국형 아반떼MD), 밍투(중국 현지 전략모델)와 싼타페DM을 혼류 생산하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한 중국의 경우 신모델이 출시되더라도 구형 모델의 가격을 낮추고 계속 생산을 하고 있다. 베이징현대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 모두가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올해 3월 신모델 링동(중국형 아반떼AD)이 출시됐음에도 기존 모델인 랑동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요가 없는 차를 무조건 생산하는 건 아니다. 베이징현대 1공장에선 현재 한국에서 10년 전 단종된 아반떼XD(중국명 엘란트라)도 생산하고 있는데, 이 차는 올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단종시킬 예정이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완성된 차는 OK 라인으로 이동을 했다. 최종 합격 판정을 받기 위해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다. 차량 한 대에 직원 여럿이 붙어 꼼꼼하게 품질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들은 차 문을 여닫는 것부터 헤드램프를 자세히 살피는 것까지 다양한 검사를 진행했다. 류부열 베이징현대 3공장장은 “‘불량률 제로’를 위해 여러 차례 품질 검사를 거치고 있다. 주간작업조와 야간작업조에서 각각 차량 1대씩을 무작위로 뽑아 1,500곳 이상을 정밀 진단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실제 3공장의 불량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조근희 차장의 설명이 뒤따랐다. 기능 검사와 주행테스트를 거친 차량은 비로소 공장 출구를 나섰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완성된 차량은 최종 합격 판정을 받기 위해 꼼꼼하게 품질을 점검 받는다.컨베이어벨트에서 완성된 차량은 최종 합격 판정을 받기 위해 꼼꼼하게 품질을 점검 받는다.


● 중국 현지화 전략과 친환경 전략
지난해부터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공세가 거세져 베이징현대가 고전 중이라는 진단도 있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시장의 현지합작 법인들이 지난해 실적 감소세를 보이자 수요에 비해 과잉공급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베이징현대 역시 지난해 전년대비 판매량이 5%가량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잠시 주춤했던 현대차는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베이징현대의 2016년 3월 판매량은 10만 549대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89% 늘어난 성적이다. 이에 대해 권혁동 베이징현대 판매담당 부총경리(전무)는 “중국 자동차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며 “중서부 지역의 자동차 대중화로 수요가 끊임없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월까진 판매감소가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3월 판매량부터는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신차 링동 출시를 계기로 판매가 더 증가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현대는 4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량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베이징현대의 중국 판매 기대주는 3월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된 링동이다. 링동은 출시하자마자 판매량 1만대를 가뿐히 돌파했다. 베이징현대가 중국 시장에 내놓는 차량은 현지 사정과 소비자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링동은 중국의 대기오염을 고려해 공기청정 시스템을 장착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현지 특성도 반영해 아반떼AD보다 지상고를 10mm 높였다. 화려하고 큰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을 반영해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좀 더 날카롭고 화려하게 변경하고 크롬 몰딩을 추가했다. 아반떼AD보다 길이와 높이를 늘려 차체도 키웠다. 흡연인구가 많은 것을 고려해 뒷자리에 재떨이를 설치하는 세심함도 빼먹지 않았다.

베이징현대의 중국 판매 기대주는 3월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된 신모델 ‘링동(중국형 아반떼AD)’이다.베이징현대의 중국 판매 기대주는 3월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된 신모델 ‘링동(중국형 아반떼AD)’이다.


베이징현대는 4월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광고와 디지털 마케팅, 지역별 시승행사 등을 진행해 신차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권혁동 베이징현대 판매담당 부총경리는 “판매 · 정비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나설 것”이라며 “현재 1,700여 개인 딜러를 내년 중 2,000개까지 늘려 판매 공백 지역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베이징현대는 지역별 소비자 특성 분석을 통한 차별화된 판촉 방안을 수립하고 다양한 금융상품도 운영하기로 했다. 판매량 증가에 따른 정비 인프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보다 장기적으론 매년 중국 시장에 특화된 전략 차종을 4~5개씩 투입하기로 했다. 동시에 중국 시장 수요를 세분화해 저가 모델부터 고급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고객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베이징현대는 앞으로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 친환경차 시장에 대해서도 대응 전략을 세웠다. 중국 친환경차 시장은 정부의 연비 규제 확대와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2020년 200만대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베이징현대는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올해 안에 현지에서 생산해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다양한 친환경 차종을 추가 투입해 중국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로 입지를 굳힐 생각이다.

베이징현대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자동차 수요에 맞춰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올해 하반기에 창저우시(市) 4공장을, 내년에는 충칭시(市) 5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4 · 5공장이 가세할 경우 생산능력은 현재의 연간 105만대에서 165만대로 확대된다.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현대 공장과 기아차의 중국 법인 ‘둥펑위에다기아’까지 더하면 현대차그룹은 중국에서 연간 27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씨엔따이 수뚜(현대속도 · 現代速度)’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무서운 속도로 판매량을 늘린 현대차의 상승세 때문에 생겨난 신조어다. 현대차는 2002년 현지 합작 법인 설립 이후 2016년 1분기까지 755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누적 판매 8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합작회사 중 가장 빠른 속도다. 현대차의 중국 공략에 다시 속도가 붙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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