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LS그룹, 글로벌 시장 승부수는 뭘까

세계 최첨단 프리미엄 기술력 무장<br>글로벌 전력시장서 가시적 성과 낸다

LS전선 엔지니어들이 카타르 석유공사에 납품할 해저 케이블 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LS전선 엔지니어들이 카타르 석유공사에 납품할 해저 케이블 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S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글로벌 전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굵직굵직한 해외사업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전력 효율화 제품 개발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LS그룹의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LS그룹은 2003년 LG그룹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계열 분리된 대기업집단이다. LG그룹의 전선과 금속사업 부문이었던 LG전선과 LG-니코동제련, 그리고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가 떨어져나와 LS그룹이 탄생했다. LS는 리딩 솔루션(Leading Solution)의 머릿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LS그룹은 2003년엔 매출이 3조 4,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10년 후엔 그 규모가 세배 이상 커질 정도로 몸집이 크게 성장했다. 주력계열사인 LS전선과 LS산전 등을 중심으로 전력과 전선, 에너지 사업에 집중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성장에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구자열 회장은 LS그룹 출범과 함께 그룹 핵심 계열사인 LS전선의 대표를 맡았다. 그는 2008년 미국 전선회사 ‘수페리어에식스’ 를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 10위권에 머물던 있던 LS전선을 3위로 올려놓은 인물이다. 구자열 회장은 LS그룹 창립 10주년인 2012년 말, 초대회장이자 사촌 형인 구자홍 LS-니코동제련 회장으로부터 그룹 총수직을 이어받았다.

빠르게 덩치를 키워나가던 LS그룹은 공교롭게도 2013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룹 매출은 2012년 11조 8,8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3년 11조3,900억 원, 2014년 10조800억 원으로 계속 감소했다. 2015년에도 매출(9조 9,900억 원)과 영업이익(2조 7,100억 원)이 전년 대비 각각 8.1%, 27.9% 줄어들었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LS그룹의 하락세에 대해 “글로벌 불경기로 각국의 전력 인프라 관련 사업이 줄어들면서 LS그룹의 주력 상품인 전선 판매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계열사인 LS-니코동제련이 구리 가격 하락과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고전하고 있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LS그룹에는 최근 2~3년 동안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구자열 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내세우며 LS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에 힘을 쏟았다. 그 동안의 인수합병으로 몸집이 커진 LS그룹의 군살을 빼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었다. LS산전은 2014년 반도체 부품업체인 LS파워세미텍과 트리노테크놀로지의 지분을 팔았고, 도시가스 사업 계열사인 예스코는 2015년 1월 자동차내장재업체인 리앤에스를 청산했다. LS-니코동제련은 자회사인 폐금속 재활용업체 지알엠과 원료 공급회사 리싸이텍을 합병했다. 가온전선도 자회사 위더스를 흡수합병했다.




1. 해저 케이블. 2. 초전도 케이블. 3. 초고압 케이블. 4. 구자열 LS그룹 회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해 경기 안양 LS타워에서 열린 R&D 성과 전시회 ‘LS 티페어(T-fair)’에 참석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1. 해저 케이블. 2. 초전도 케이블. 3. 초고압 케이블. 4. 구자열 LS그룹 회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해 경기 안양 LS타워에서 열린 R&D 성과 전시회 ‘LS 티페어(T-fair)’에 참석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최고의 초고압 케이블 기술력
이후 구자열 회장은 북미와 유럽 중심의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경영 목표를 세웠다.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전력 사용량은 늘려야 하는 선진국들의 고민을 파악해 내린 결론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선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전력 인프라를 고효율로 바꾸는 사업이 산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었다.

LS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S전선과 LS산전은 구자열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글로벌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선 굵직굵직한 해외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전선 업계 1위인 LS전선은 부가가치가 높은 해저 케이블과 초고압 케이블 분야에서 규모 있는 해외사업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LS전선의 초고압 케이블 기술력은 국내 업체 중에서 독보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해저 케이블의 경우 국내 전선 업체 중 유일하게 제품을 독자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올해도 LS그룹은 해외시장에서 낭보를 전하고 있다. 5,400만 달러(한화 약 616억 원) 규모의 캐나다 해저 케이블 설치 계약, 4,700만 달러(약 536억 원) 규모의 뉴욕 해저 케이블 교체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소설 ‘빨강머리 앤’의 배경으로 유명한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는 공사와 미국 뉴욕주와 버몬트주 사이 샴플레인 호수에 설치된 노후 케이블을 교체하는 공사다.

LS전선은 유럽에서도 초고압과 해저 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전선은 2008년 영국에 판매법인을 설립해 유럽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LS전선은 지난 4월 25일 덴마크 전력청과 2,000만 달러(약 230억 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 공급 계약을 맺었다. LS전선은 자사 베트남 법인인 ‘LS-VINA’에서 생산한 케이블을 덴마크 전력청에 납품할 예정이다. 베트남 법인에서 만든 제품을 유럽에 납품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LS전선은 4월 초에도 덴마크 국영기업 ‘동(Dong)에너지’와 3,500만 달러(약 400억 원)어치 초고압 케이블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동에너지가 2020년까지 영국 요크셔주 근해에 건설 예정인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단지에 LS전선의 케이블을 공급한다는 것이 계약의 주 내용이다.

윤재인 LS전선 대표이사는 공급계약 체결식에서 “북유럽과 영국, 독일 등 주요 유럽국가들은 2030년까지 발전의 60% 이상을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신규 전력망 건설이 늘어남에 따라 송전 케이블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구자열 LS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LS산전의 제주 초고압 직류송전(HVDC)스마트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지난 5월 구자열 LS그룹 회장(왼쪽 두 번째)이 LS산전의 제주 초고압 직류송전(HVDC)스마트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북미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 청신호
LS산전도 글로벌 전력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LS산전은 지난 5월 3일부터 5일까지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IEEE(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국제 송배전 전시회’에 참가해 스탯콤(STATCOM Static Synchronous Compensator),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 등 글로벌 전략 제품을 선보였다.


LS산전은 이번 전시회를 기점으로 북미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스탯콤은 전력 송배전 과정에서 발생하거나 사라지는 전압을 연속적으로 조절해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효율을 향상시키는 장치다. 발전량이 급변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해주는 ‘유연송전시스템’ 가운데 가장 진일보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수도관으로 물을 보낼 때 수압을 높여야 물이 덜 새듯, 전력 손실을 줄이려면 전압을 높여야 한다. 송전 거리가 길어지면 전압이 차츰 떨어지는데, 이때 스탯콤으로 중간에서 전압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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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산전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송배전 과정의 전력손실 때문에 발전소와 철탑 증설에 따른 경제적, 환경적 부담을 갖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전력 계통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유연송전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북미 지역의 유연송전시스템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평가 받고 있다. 노후 전력기기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유지보수 물량 외에도 대용량 장거리 송전망의 효율성 강화가 요구되고 있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LS산전은 최근 세계 최초로 메가와트(MW)급 대용량 ESS용 전력변환장치(PCS Power Conditioning System)에 대한 미국 글로벌 안전 과학기업 UL(Underwriters Laboratories) 인증을 획득했다. 제품안전 규격인 UL 인증은 미국 전력시장에 진출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전력변환장치는 직류 방식으로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에너지를 교류로 변환해 양방향 전력제어가 가능하도록 돕는 장치다. 전력 계통이 안정적으로 연계될 수 있게 하는 솔루션으로, 배터리와 함께 ESS를 구성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LS산전은 이번 인증을 기반으로 한 기술 경쟁력을 무기로 미국을 비롯한 북미 ESS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전력변환장치 시장은 올해 2억 7,500만 달러(약 3,150억 원)에서 오는 2024년 48억 6,800만 달러(약 5조5,8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45.8%의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LS산전은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현지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국산화 이끈 연구개발
LS그룹은 미래 핵심 사업용으로 초전도 케이블, 초고압 직류송전(HVDC)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모두 높은 기술력이 요구돼 글로벌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구자열 회장은 연구개발을 회사 경쟁력의 원천으로 여겨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매년 핵심 설비와 연구개발 분야에 투자하는 금액만 8,000억~9,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구자열 회장은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LS타워에서 열린 연구개발 성과 전시회 ‘LS 티페어(T-fair)’에 참석해 “연구개발 속도를 높여 단순히 남들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가치를 창출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세계 선진 기업과의 기술 격차도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구 회장이 걸고 있는 강력한 드라이브는 최근 서서히 그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01년 초전도 케이블 개발을 시작한 LS전선은 2004년 세계 4번째로 교류(AC)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초전도 케이블은 영하 196도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을 응용해 송전 중 전기 손실을 거의 없앤 케이블을 말한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직류(DC) 80㎸(킬로볼트)급 초전도 케이블을 개발함으로써 세계에서 유일하게 직류와 교류 기술력을 모두 확보한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미국과 독일 업체들보다 늦게 초전도 기술개발에 뛰어든 후발주자였지만, 불과 10여 년 만에 업계 선두로 치고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LS전선은 지난 3월 ‘제주 초전도센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교류 154Kv급 초전도 케이블의 실증 작업을 시작했다. LS전선은 초전도 케이블 1km를 실제 전력계통에 연결해 오는 10월까지 7개월간 운용한다. 세계 최고 용량, 최장 길이다. 초전도 케이블은 도심처럼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케이블을 설치할 지하 공간이 부족한 곳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다. 전력구와 관로 등을 새로 건설하지 않고 기존 케이블을 교체하는 것만으로 전력량을 5배에서 10배까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LS전선의 한 관계자는 “실증 작업의 시작은 사실상 언제든지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선진국이 30여 년에 걸쳐 개발한 기술을 단 15년 만에 따라 잡아 업계를 선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인도와 네덜란드에서도 상용화를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우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 차세대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LS산전은 초고압 직류송전 기술 국산화도 추진 중이다. 초고압 직류송전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전기를 직류로 변환해 전력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송전기술의 꽃’으로 불린다. 지난해 육상 초고압 직류송전 사업인 충남 북당진~평택 고덕 간 671억 원짜리 공사를 수주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낸 바 있다.

LS산전은 기존 단방향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쌍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스마트그리드 사업도 주도하고 있다. 이 사업에 필수적인 태양광 발전과 EES 등 토털 솔루션도 이미 확보한 상황이다.

LS산전 관계자는 “초전도 케이블과 초고압 직류송전, 유연송전시스템 사업 포트폴리오가 완성되면 토털 송전 솔루션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 이라며 “이 같은 신기술 역량과 철저한 현지화 제품을 앞세워,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노후설비 교체 수요 확대로 성장세가 가파른 북미 전력시장에서 더욱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S그룹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LS그룹 모든 계열사들의 실적이 정상화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확보하면서 올해 LS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LS전선은 1분기에 매출 8,090억 원, 영업이익 29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18% 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0%나 늘어 수익성이 개선됐다. LS산전도 1분기에 매출 5,010억 원, 영업이익 350억 원을 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2배 늘어난 셈이다. LS그룹 관계자는 “LS그룹은 에너지 효율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관련 인재를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첨단 전력산업 분야 세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LS그룹 주요 계열사
(주)LS : LS그룹 지주회사.
LS전선 : 초고압·해저·초전도 케이블 제조.
LS산전 : 전력·산업용 자동화기기 및 시스템 제조.
LS-Nikko 동제련 : 국내 유일 동제련 기업. 일본계 회사인 JKJS가 49.9% 투자한 외국인투자법인으로 최대주주는 (주)LS(보유 지분 50.1%)다.
LS엠트론 : 산업 기계 및 부품 제조.
가온전선 : 전력 및 통신케이블 전문 제조.
E1 : 액화석유가스(LPG) 수입 운송 및 판매.
예스코 : 서울·경기 지역에 액화천연가스 (LNG) 공급.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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