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자리 나눠먹기...계파싸움...누더기 된 새누리 상임위장

2년 임기 1년씩 쪼개 맡아 '스펙쌓기용' 전락

기재·안행위 등 경선한 상임위는 친박이 독식

정무위 등 경제 상임위에 비전문가 배치 논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상임위원장들이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유재중(왼쪽부터) 안전행정위원장,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신상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 정진석 운영위원장,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 이철우 정보위원장, 이진복 정무위원장. 8개 상임위원장 중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빠져 있다. /사진제공=새누리당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된 상임위원장들이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유재중(왼쪽부터) 안전행정위원장,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신상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 정진석 운영위원장,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 이철우 정보위원장, 이진복 정무위원장. 8개 상임위원장 중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빠져 있다. /사진제공=새누리당


새누리당이 20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2년 임기를 1년씩 쪼개 맡도록 해 ‘상임위원장 자리가 스펙쌓기용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당내 경선을 통해 투표로 뽑힌 위원장의 경우 친박계가 독식하는 결과를 낳아 ‘보이지 않는 손’ 논란도 제기됐다. 더욱이 경제 핵심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장과 정무위원장에는 비전문가가 배치돼 그야말로 누더기 인선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3일 새누리당에 따르면 경제 핵심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장은 당초 경제통인 이혜훈 의원과 이종구 의원 등 2파전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국회 의정활동 중 기재위 경험이 없는 조경태 의원이 선출됐다. 조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114표 가운데 70표를 얻어 당선됐다. 당내 친박계가 70여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특정 후보에 친박이 표를 몰아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3선의 한 비박계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10일 의원 연찬회에서) 계파해체를 선언해놓고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식으로) 그렇게까지야 했겠느냐”면서도 “약간의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친박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며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박순자·유재중·이명수 의원 등 3명이 경합한 안행위원장도 친박인 3선의 유재중 의원이 114표 가운데 53표를 얻어 선출됐다.


상임위원장을 나눠먹기 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회법(제20조)은 ‘상임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고 규정함에 따라 국회는 전·후반기로 나눠 위원장과 위원을 뽑는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이날 “임기를 2년으로 한 것은 소관 상임위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 입법부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면서 “소관 부처가 많기 때문에 짧게 하면 업무파악을 하는 데만 임기를 허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러한 국회법 정신을 무시하고 5개 상임위의 경우 상임위원장 임기를 1년씩 2명이 나눠 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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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 역시 지적되고 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등 핵심 현안을 다룰 정무위원장에 경제통과는 거리가 있는 이진복 의원이 맡은 것이나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경제정책을 들여다봐야 할 기재위원장에 조경태 의원이 선출된 게 대표적이다.

3선의 한 의원은 본지와 만나 “일부 상임위원장은 해당 상임위 경력이 전무한 의원도 있다”고 혀를 찼다. 임기 2년의 위원장을 1년씩 돌아가며 맡기로 한 것도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기보다는 후반기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한 스펙쌓기용으로 악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3선의 한 의원은 “전반기에 상임위원장을 하면 나중에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에 도전하기가 수월해진다”며 “그러나 중요한 상임위원장 자리가 경력쌓기용으로 전락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기재위원장의 유력 후보들이 이종구·이혜훈 의원 등 ‘비박계 강성’이라는 점에서 당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가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이 각 당의 대표 경제통을 내세워 각종 현안에 대해 일전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비박계 강성 의원이 경제 상임위원장을 맡게 되면 야당에 휘둘리거나 동조할 가능성이 있어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반기 기재위원장과 정무위원장을 모두 부산 지역 의원들이 맡으면서 신공항 입지 선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거래소 지주회사 본사를 부산으로 유치하기 위해 부산경남(PK) 지역 의원들이 실리를 챙긴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또 새누리당 상임위원장 인선이 끝난 결과 친박과 비박 인사가 각각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계파청산 선언이 무색하게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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