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전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한국프로야구(KBO) 한화이글스 대 LG트윈스의 경기. 9회말 한화 타자 양성우가 짜릿한 희생플라이로 6대5 역전극을 이뤄내자 구장을 가득 메운 한화팬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허리 수술을 마치고 복귀한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은 두 팔 벌려 양성우를 끌어안았다.
김 감독이 복귀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한화이글스의 성적은 14승1무6패. 5연승에 이어 6연승까지 거침이 없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시즌 초 계속되는 패배로 팬들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뜻의 ‘발암야구’라는 조롱을 받았던 한화 야구는 마약에 취한 것 같은 황홀한 승리가 계속되는 ‘마리한화(마리화나와 한화의 합성어)’의 본색을 다시 한번 되찾고 있다.
사실 “한화는 야구 빼고 다 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로 한화그룹의 골치를 썩였다. 우승 청부사인 김응룡 전 해태 감독에 이어 ‘야신(야구의 신)’이라는 김성근 감독까지 영입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끈질긴 야구와 역전을 거듭하면서 ‘마리한화’의 별칭을 얻었다. 최근엔 KIA를 제치고 가장 많은 원정 야구팬이 한화를 찾고 있다.
한화이글스가 여름부터 연이은 승전보를 전하면서 서서히 도약의 날개를 펴는 가운데 한화의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큐셀과 한화이글스의 꼭 닮은 모습이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랫동안 꼴찌를 전전해온 한화이글스와 지난해에야 첫 공식 흑자를 낸 한화큐셀의 모습이 너무나 판박이라는 것이다.
한화이글스는 프로야구가 개막한 4월7일부터 두 달 넘게 꼴찌(10위)에 머물렀다. 골수 한화팬조차 야구장을 떠났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허리수술을 마친 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13일에는 9위까지 올라섰다. 중위권과 간격도 크지 않아 3위도 사정권에 뒀다.
한화큐셀 역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매출 17억9,950만달러(약 2조973억원), 영업이익 7,660만달러를 기록해 미국 나스닥 증시 1년 만에 첫 흑자를 냈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 진출 초창기인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해왔다. 그룹 안팎에서는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 때문에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룹 측은 그래도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의 지휘 아래 고집스럽게 투자를 계속했다. 그리고 그룹을 괴롭히던 미운 오리 새끼는 백조로 화려하게 탈바꿈했다.
한화이글스와 한화큐셀의 성적이 호조를 보이는 배경에는 오랜 부진에도 믿음을 잃지 않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김 회장을 비롯한 한화 총수 일가는 한화이글스와 한화큐셀의 오랜 부진에도 믿음을 잃지 않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 2014년에는 김 감독을 한화이글스 사령탑에, 삼성전자 출신 남성우 사장을 한화큐셀 대표에 앉히며 체질개선을 꾀했다. 특히 김 회장은 올해 한화이글스의 개막 경기에도 참석해 응원할 정도로 각별한 신뢰를 드러냈다. 한화큐셀의 국내 사업장에도 몸이 불편해 자택에서 치료 중인 김 회장 대신 부인 서영민 여사가 자주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한화이글스와 한화큐셀이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이글스는 이 같은 상승세를 죽 이어나가 상위권에 안착해야 한다. 한화큐셀 역시 그룹의 미래를 건 신성장동력인 만큼 수천억원 이상의 연간 영업이익을 거둬 그룹의 캐시카우로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