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쟁점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지난 9월15일 대타협 이후 두 달간 허송세월만 보낸 셈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회 법안 처리에 힘을 싣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대타협'에 취한 채 공을 '여의도'로 넘김으로써 향후 일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열었지만 노사정 간 간극을 좁히지 못해 합의안 없이 노사정 및 전문가 의견을 각각 병기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대타협 이후 단 한 발도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비정규직 관련 쟁점은 크게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파견근로 허용업무 확대 △노조의 비정규직 차별시정 신청권 등이다.
핵심 쟁점인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에 대해 정부는 35~54세 기간제 근로자 본인이 원하면 기존 2년에 2년(2+2)을 추가로 연장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기간 제한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맞섰고 노동계는 기간제 사용 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전문가그룹은 이에 대해 기간 연장이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사실상 정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끝내 절충점을 찾지는 못했다.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 주조·금형·용접 등의 뿌리산업에 파견 허용업무를 확대한다는 정부의 안에 대해서는 야당과 노동계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노사정의 합의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올해 9월에는 수시로 만나 긴박하게 의견을 교환했던 노사정 대표자들은 이후 단 한 차례의 회의도 갖지 않을 정도로 소극적으로 접근했다"며 "결렬 가능성이 컸던 만큼 책임을 피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특히 노동계는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기간제·파견 이슈가 5대 법안에 들어갔다고 합의 파기를 주장하며 논의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정부 역시 무리한 강행 의지를 내비치면서 논의 지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비정규직 쟁점에 대한 노사정 협상이 결렬되면서 백지 상태에서 국회에서 다시 논의돼야 해 법안 통과까지 더 큰 진통이 불가피하게 됐다. 새누리당은 9월 당론으로 근로기준법(근로시간 단축·통상임금), 고용보험법(실업급여 확대), 산재보험법(출퇴근재해 인정), 기간제근로자법(사용기간 연장), 파견근로자법(파견 허용 확대) 개정안 등 5대 노동개혁 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은 정부의 노동개혁과 9·15대타협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 같은 입장 차는 이날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그대로 재연됐다. 환노위는 이들 5대 법안을 상정했지만 전체회의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놓고 일대 격론이 벌어졌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26위로 괜찮은데 노동효율성은 83위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노사정위에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처리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간제·파견법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근로여건을 악화시키는 '비정규직 양산 법안'이라고 맞서 향후 논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세종=황정원·나윤석기자
garde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