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뒤

황형철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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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뒷모습은 나 자신의 절반인 것인데


사이도 좋게 딱 반반씩 나눈 것인데

번번이 앞모습만 매만지며 전부로 간주해왔다

벽에 의자에 침대에 바위에 나무에 너에게

툭하면 앉고 기댄 탓에

세상의 소란을 다 삼킨 채

짓눌린 나의 뒤여

아무것도 가질 수도 만질 수도 없이

잠잠한 그늘만 드리운 뒤야말로

응당 앞이 아닐까 하는 생각


우리가 뒤라고 알고 지낸 많은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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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진짜 앞이 아닐까 하는

아무리 외로운 사람도 뒤 하나쯤 가지고 있다. 앞이 가는 모든 곳을 응원해 주는 뒤. 설령 잘못된 길에 들어서거나 허방을 딛더라도 기꺼이 따라와 주고 함께 뒹굴어 주는 뒤를 갖고 있다. 때로 앞은 얼마나 캄캄하고 아득하던가. 그 길을 뒷심으로 걸어왔다. 뒷배로 살아왔다. 세상을 향한 가면을 벗고 오두마니 앉아 있을 때, 잠잠한 그늘을 드리운 뒤야말로 당신의 참주인은 아닌가. 앞만 보고 달리다 인디언처럼 멈춰 뒤돌아보자. 저만치 지친 영혼이 따라올 때까지.<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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