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항성이 최근 천문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5월 국제 공동연구팀이 칠레 남부의 유럽남방천문대(ESO) 소속 라실라 천문대의 트라피스트(TRAPPIST) 망원경을 활용, 지구에서 40광년 떨어진 차가운 항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 지구와 유사한 크기의 행성을 무려 3개나 발견했기 때문이다.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 항성은 일반적인 항성보다 매우 차가워 지구에서 육안으로 관측되지 않는다. 표면온도가 약 2,550K(약 2,277℃)다. 크기도 작아 지름이 태양의 약 11%, 질량은 약 8%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추가연구를 통해 세 행성이 생명체 존재가 가능한 이른바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에 위치하고 있는지 여부를 규명해낼 계획이다.
문제는 3개의 중 2개 행성의 공전주기가 각각 1.5일, 2.4일에 불과하며, 나머지 하나도 4.5일~73일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항성과 가깝게 위치해 있어 생명체가 살기에는 방사능 수치가 너무 높을 수 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벨기에 리에주대학 미카엘 길롱 박사는 그럼에도 이곳에서 제2의 지구를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고 말한다.“이곳이 현 기술로 생명체를 찾아낼 개연성이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우주에서 생명체를 찾으려면 이곳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공동저자인 MIT의 줄리앙 드 위트 박사에 의하면 현재의 기술로는 행성의 크기나 항성과의 거리를 파악할 순 있어도 대기의 조성을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대기권은 두텁지 않은 반면 항성은 너무 밝기 때문이다.
“2024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ESO의 유럽 초대형 망원경(E-ELT)이나 2018년 발사될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본격 가동되면 이들 행성이 가진 대기의 화학적 조성도 파악 가능해질 겁니다. 더 나아가 물이나 생명 활동의 증거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생명 탐사의 역사에 커다란 도약이 될 것입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MARY BETH GRIG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