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롯데 비자금 수사>롯데 계열사 곳곳서 '수백억' 증발 …檢 '구조적 비리' 정조준

검찰, 롯데 계열사 10곳 2차 압수수색

케미칼·정보통신 등 계약 부풀려 '장부외 돈' 만들어

정책본부가 총괄지휘 조직적으로 비자금 조성 의혹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4일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10여곳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날 서울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에서 회사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권욱기자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4일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10여곳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날 서울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에서 회사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권욱기자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2차 압수수색에 나선 배경에는 사실상 대부분의 롯데 계열사가 오너의 비자금 조성이나 부당 자산거래에 연루돼 있다는 사정당국의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검찰은 부정 의혹의 한가운데 롯데 정책본부가 자리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자산거래나 부동산거래 컨트롤타워가 정책본부로 보인다”며 “적어도 보고는 다 받는다”고 지목했다. 검찰이 이번 롯데 사태를 정책본부의 지휘 아래 그룹 전체가 조직적으로 동원된 구조적 비리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압수수색 나흘 만에 또 압수수색=검찰은 14일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을 포함한 계열사 10곳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집무실, 임원진 주거지 등 총 15곳을 대상으로 2차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 10일 롯데 정책본부 등 17곳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을 실시한 지 나흘 만이라 이례적이다. 법조계와 재계는 이번 2차 압수수색이 사실상 롯데그룹의 부정 의혹을 발본색원하려는 검찰의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이 2차 압수수색을 결정한 데는 지난 나흘간의 수사 과정에서 분석한 롯데 정책본부 자료에서 수사 목표와 들어맞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다수 포착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서 롯데 수사의 큰 갈래로 △그룹 총수 일가 비자금 조성 △계열사 간 자산거래를 통한 배임 △일감 몰아주기 등 계열사에 대한 비정상적 특혜 △그룹 및 총수 일가 불법 부동산거래 등을 제시했다.

이날 새롭게 압수수색 대상이 된 계열사도 이러한 범위 안에서 의혹이 제기됐던 곳이다. 롯데케미칼은 해외에서 원료를 사오면서 중간 과정에 계열사를 넣어 거래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건설은 2014년 7월 롯데쇼핑에 보유하고 있던 롯데상사의 지분을 팔면서 헐값으로 팔았다는 배임 논란에 휩싸여 있다. 게다가 인허가 로비 의혹이 일고 있는 제2롯데월드의 시공사이기도 하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에 의존하지 않는 객관적인 물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취지의 압수수색”이라며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음을 시사했다.


◇계열사 곳곳서 ‘수십억’ 뭉텅이 증발 의혹=검찰은 의혹의 성격상 자금·회계 관련 분야를 깊이 파고들고 있다. 특히 롯데정보통신과 대홍기획을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의심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계열사와의 거래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터라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이 깊고 계약의 90% 이상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다. 그만큼 계열사 간 장부 외 자금 형성·순환의 통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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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롯데쇼핑을 상대로 분기별로 279억~440억원 규모의 용역 등을 제공해 이 회사에서만 연간 1,3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신고했다. 이 매출은 몇 개월 뒤 보고서에서 1,319억원으로 33억6,000만원가량 쪼그라들었다. 2014년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31억원, 2013년에는 80억원 줄었다. 3년간 이렇게 들어맞지 않은 돈은 롯데쇼핑과의 거래 한 곳에서만 123억3,900만원에 이른다. 롯데정보통신은 총 60여곳 계열사의 정보기술(IT)관리 업무를 도맡고 있다.

대홍기획도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주 말 대홍기획의 S 재경팀장을 소환해 거래내역의 불일치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내부거래는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거래금액이 바뀌었을 때는 최초 계약보다 20% 이상 변동이 있을 때만 공시하도록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 검찰은 롯데 측이 이 같은 제도의 숨구멍을 이용해 외부에 노출하지 않아도 되는 범위 안에서 장부 외 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전날 찾은 오너 일가의 300억원 뭉칫돈 성격과 관련해 “공시금액과 일치하더라도 확인해봐야 한다”며 “반드시 공시자료에 나온 금액이 그 돈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장부터 직원까지 책상 비어 있어”=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도 롯데 계열사들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을 포착했다. 대표이사 이하 임원 서랍과 금고가 텅 빈 계열사가 있었고 하드디스크를 파기해 사본을 집에서 보관하다 적발한 사례도 있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상부의 지시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계열사 사장의 의사결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이날 미국 현지에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검찰은 1차 수색 당시에도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의 금고가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 금고에 있던 30억원을 찾아내기도 했다. 앞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에도 조직적 증거 인멸을 발견하고 책임자를 관련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김흥록기자 진동영기자 rok@sedaily.com

김흥록·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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