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린치 ‘인간 인터넷’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휴대폰의 모든 기능을 축소화해 두뇌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코네티컷대 철학 교수이자 인식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린치는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인간 인터넷’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자신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인터넷 접속도 빨라지고 편해지겠죠.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철학자로 이런 세상이 우리의 생각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린치 교수의 저서 ‘인간 인터넷’은 기술 발전으로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넘어 모든 사람이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 안으로 편입된 인간 인터넷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시점에서 인터넷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인터넷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인터넷 자체에 대해 좋고 나쁨을 말하진 않는 대신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글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구글노잉’으로 우리는 대부분의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구글노잉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검색해 얻은 정보에 무조건적 신뢰를 갖게 되고 내가 얻은 정보만이 옳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는 데 있다. 이는 결국 극단주의적 행동으로 이어져 사회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는 “인터넷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방식이 상대방에 대한 오만한 태도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저자는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먼저 쌍방향적인 정보가 오갈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린치 교수는 “위키피디아와 같이 사용자가 합리적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판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교육과 잠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는 “너무 늦기 전에 인터넷 시대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생각해야 보다 책임감 있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