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관련 시민단체에서 20년이나 일한 추 의원 입장에서는 화가 날 법하다. 전공과 전혀 관계없는 상임위에, 그것도 국회의장의 강제조정으로 배정됐으니 수긍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대차 노조간부 출신인 윤종오 무소속 의원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었지만 미방위에 배정됐다고 한다. 의원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상임위를 신청해도 안 되는 구조인 셈이다. “축구선수를 농구장에 놓아둔 격”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국회의 고질적인 상임위 나눠먹기 관행 때문이다. 원내지도부가 모여 상임위 배정 인원을 정한 뒤 당리당략에 따라 의원들을 끼워 넣다 보니 전문성이 무시되기 일쑤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산하기관이 많고 지역 예산을 따내기 쉬운 국토교통위 등 인기 상임위에 자당 의원들을 배정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새누리당이 여당 몫 상임위원장을 1년씩 나눠 맡기로 한 꼼수 또한 나눠먹기의 극단적 폐해다. 상임위원장 임기 2년이 법으로 정해진 이유는 분명하다. 신분보장과 전문성을 위해서다. 하지만 새누리당에 전문성은 뒷전이었다. 이러니 제대로 된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상임위 나눠먹기라는 나쁜 버릇을 고치지 않는 한 20대 국회도 싹수가 노랗다. 벌써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개원하자마자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건수 채우기 급급한 부실법안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상당수가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과거에 폐기됐던 것을 재탕한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