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소프트웨어가 당신보다 인재관리를 더 잘할까?

인재의 자질을 판단하고 고용과 해고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는 과연 긍정적인 현상일까?

지난해 12월 시스코 영국 Cisco U.K.의 부사장 엘리너 카바나-로마스 Eleanor Cavanagh-Lomas는 고집 센 한 간부를 설득해 조직 재편성에 대한 그의 입장을 바꾸도록 한 적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 대해 새로운 면을 알게 된 결과였다.

그렇다면 그녀의 비결은? 바로 데이터 분석이었다. 카바나-로마스 부사장은 팀 스페이스 Team Space에 로그인해 그 간부와 대화하는 방법에 관한 조언을 얻었다. 팀 스페이스는 시스코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웹기반 앱이다. 그녀는 이 앱에서 15건의 직속 보고에 대한 알고리즘 평가-1건 당 15분의 선다형 시험을 통해 분석된다-를 볼 수 있었다. 알고리즘은 선택된 사항을 기반으로 9가지 ‘장점’의 순위를 매기고 있었다. 직원이 최고의 성과를 내고, 동기를 부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권고하고 있었다.


카바나-로마스 부사장은 쉽게 포기하는 법을 모른다는 이 간부의 약점을 알아냈다. 그녀는 대화를 통해 성향을 파악한 후 그에게 잠깐이라도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라고 요청했다. 그 방법이 실패하면, 다시 그가 사용하던 방법으로 돌아가면 되는 식이었다. 그녀는 “직원들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코칭 팁을 제공하는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그들이 어떤 피드백을 필요한지도 알 수 있다”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정석경영(management by the book)’이란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젠 ‘알고리즘 경영(management by the algorithm)’ 의 시대가 도래했다. ‘직원 분석’은 끊임없이 인재를 유치하고 보유하려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지금 데이터 과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또 어떤 직원이 떠나고 어떤 직원이 최고 수석 부사장이 될 수 있을지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구입하기 시작했다.

컨설팅 대기업 딜로이트의 인재관리 부문 ‘버신 바이 딜로이트Bersin by Deloitte’의 책임자인 조시 버신 Josh Bersin사장은 “소프트웨어는 마치 인재관리의 머니볼 Moneyball (*역주: 저비용 · 고효율을 추구하는 야구단 운영 기법) 처럼,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분석 툴 사용이 올해 절정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10개월 동안 예측 인재관리 분석 툴을 사용하는 기업의 비율이 4%에서 8%로 두 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투자자들은 고용과 업무 실적 관리, 건강 예측 앱을 개발하는 기업들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버신은 “심박수 측정기를 찬 직원들이 스트레스 조짐을 보이면, 인재관리 팀이 곧바로 나서는 일이 그리 놀라운 풍경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큐 랩 HiQ Labs의 라이언 해먼드Ryan Hammond 사장은 “인재 분석 툴이 기업의 업무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큐 랩은 다양한 소스로부터 외부 데이터를 수집, 어떤 직원이 다른 회사로 유출될지 예측하는 기업이다. 2012년 설립된 하이큐는 포춘 500대 기업 중 25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인재관리 앱은 직원에 대한 전반적인 면을 분석한다. 예컨대 이베이가 개발한 알고리즘은 재임 기간, 보수, 승진 및 상사의 평가 점수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어떤 직원이 퇴사할지 예측을 하고 있다. IBM이 4개월 전 공개한 블루 매칭 Blue Matching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 Watson을 활용해 수천 명의 직원들에게 직무 기회와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블루 매칭은 직원들의 역할, 직무기술, 경험, 선호하는 근무지와 업무 실적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 공석이 생기면 각자에게 맞는 자리를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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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일렉트릭은 머신러닝을 활용, 주요 승진에 적합한 지원자를 추려내는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인재관리 데이터, 내부 시스템-링크트인과 유사하다-에 저장되어 있는 프로필을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성공을 거둔 회사 이사진과, 그와 비슷한 직무를 수행했거나 리더십 훈련을 받은 인재들의 경력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을 하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전략 인재 계획팀장 제임스 갤먼 James Gallman은 “우리는 직원들이 불쾌감을 느낄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원자에 대한 최종심사는 중역들의 손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기술은 항상 완벽한 것이 아니다. 인적 관리 앱을 사용하려면 그에 따른 특별 관리체제를 갖춰야 한다. 하이큐의 해먼드 사장은 예측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고용 데이터에만 의존하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알고리즘 분석이 고용 차별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업무 실적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에는 ‘아픈 자녀(sick child)’처럼 입력된 소프트웨어가 고려하지 못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요소들도 포함될 수 있다. 조지 버신 사장은 “한 식료품 유통 기업이 몇몇 지점의 이직률이 높다는 소프트웨어의 분석만 믿고 관리자들을 해고한 사례가 있었다”며 “그러나 높은 이직률은 계절적인 요인 탓이었으며, 결국 해고는 부당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 앱들은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위험성도 갖고 있다. 전자 배지는 센서를 이용해 직원들이 누구와 대화하는지 추적하고 음색을 등록할 수 있다. 또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판 입력 정보나 이메일의 추적도 가능하다. 덴버대학교의 법윤리 교수 코리 시오체티 Corey Ciocchetti는 “기업들의 이 같은 데이터 수집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과정이 투명해야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스코의 수석 부사장 애슐리 구달 Ashley Goodall은 “회사가 몇 달 안에 팀 스페이스 앱을 7만 2,000명 전 직원에게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인재관리 분석에 관한 신뢰와 투명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경력을 생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유형 및 행동, 요인들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이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리더들은 이 소프트웨어 사용을 통해 팀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팀이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는지 가늠하고, 개선 방법 등에 대한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카바나-로마스 부사장은 한 선임 관리자가 직무에 불만이 있다는 것을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발견하고, 직무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그녀의 보직을 바꾸기도 했다. 카바나-로마스 부사장은 “보직 이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퇴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달 부사장은 “우리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인재가 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며 “팀 스페이스 앱은 당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우린 시스코가 이 앱을 통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Jennifer Alsever

by Jenniger Als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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