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정치권의 핫 이슈로 부상한 개헌 문제를 둘러싸고 여실한 온도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6일 당 원내정책회의에서 “번번이 무산된 개헌 논의가 결실을 맺으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물꼬를 터줘야 한다”며 “대통령이 국민께 개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해주신다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2016년 오늘, 우리들은 1997년 IMF 체제, 그리고 한계에 봉착한 1987년 체제의 대통령 중심제를 극복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며 “대통령선거 단 하루를 위해서 5년 동안 낮에는 싸우고 밤에는 내일 싸울 준비를 하는, 그리고 승자 독식의 대립 정치를 바꿔야 이념 갈등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개헌 논의의 적기”라며 “헌법개정안이 확정되더라도 국회 의결 등 100일 이상 소요되는 일정을 생각할 때 개헌 논의는 ‘조조익선’(早早益善·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이 심심찮게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새누리당 지도부는 미온적인 청와대의 입장을 감안한 듯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범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여의도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하는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며 “국민은 경제 살리기, 청년 일자리 등 먹고사는 문제와 고단한 삶의 문제를 정치인들이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여러 현안 의제 중 우선순위에 자리 잡을 경우 과연 그것이 국민적 동의와 추동력을 담보 받을 수 있겠느냐”며 “광범위한 공론의 장을 거치는 것이 선행된 이후에 논의가 비로소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또 “지금 곧바로 개헌 논의에 들어갈 만큼 국민적 관심과 합의가 이뤄져 있는지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87년 체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지만, 정치인 몇몇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는 과거의 예를 볼 때 필패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