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던 샤오미의 성장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애플 카피캣으로 출발해 든든한 안방에서는 급성장했으나 세계 시장에 뛰어들어서는 ‘기술력이 취약한 기업은 뿌리 약한 나무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 상황은 어떤가. 중국처럼 거대한 내수 시장이 없는 우리 기업은 세계 시장 진출만이 살길이다.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춘 삼성·현대차 등의 대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 역량이 미흡한 중소·중견기업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부가가치·수출 등 주요 측면이 현재의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선진국과 같은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만성적인 연구 인력 부족과 상대적으로 낮은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등 현재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조속히 해결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는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한시가 급한 우리에게 단기적인 기술력 확보 방안은 없을까. 10년 전 현대오토넷 사장으로 일할 때의 경험이 생각난다. 당시 벤츠 등 독일 자동차 회사에 전장부품 공급을 시도했으나 한국 기업은 테스트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시장의 벽은 높았다. 이런저런 대안을 고민한 끝에 독일의 기술 전문 기업과 협업하기로 결정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야 독일 자동차 회사의 까다로운 기준을 맞춘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 대규모 수주를 할 수 있었다. 다른 것이 아니라 외부 기술 자원을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의 R&D 생태계 구축이 해법이었다.
현재 중소기업청은 관련 부처와 협업해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학연관 협력의 R&D 생태계 구축 방안을 수립하고 한시라도 빨리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 방향의 정책을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
먼저 공공 부문에서는 대학과 출연연구소의 고급 연구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교육부와의 협력으로 서울대 공학컨설팅센터와 같은 산학 협력 모델을 전국 국립대학 중심으로 확산해 중소·중견기업 기술 지원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의 협력으로 출연연구소 연구인력의 중소·중견기업 파견근무를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 연구과제를 늘리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둘째로 민간 부문에서는 독일 사례를 거울삼아 기술 전문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대기업과 출연연에서 퇴직한 고급 기술 인력과 청년 기술 인력을 활용해 창업을 지원하거나 기존 기업을 육성해 분야별 기술 전문 기업을 다수 키워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을 아우르는 R&D 협업 클러스터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관련 부처가 협력해 우수한 R&D 인프라를 보유한 대학·연구기관과 중소·중견기업이 자유롭게 만나 협업할 수 있는 ‘R&D 특화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판교에 시범 운영한 후 점차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의 기술력 향상을 도와줄 외부 기술 자원이 적지 않다. 이제 정부가 이들을 이어주는 그물망을 촘촘히 엮을 때다. 산학연관이 협력하는 R&D 생태계 구축을 기대해본다. 함께 힘을 모아 세계에 우뚝 서자. 대한민국!
주영섭 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