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매출이 계속 뒷걸음질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 부진에 유가 하락 등으로 석유·화학 산업의 매출이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번 돈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부채 비율은 떨어지고 차입금 의존도 역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1·4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우리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이는 2014년 2·4분기(상장기업 조사) 이후 8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이번 분석보고서는 주식 시장 상장기업 등 외부감사 대상 기업 1만6,281곳 중 표본집단 3,065개를 대상으로 조사됐다. 공공기관이나 개인사업자 비중이 높은 업종, 금융보험업, 비사업지주회사 등은 제외됐다.
기업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매출액은 수출 제조 대기업을 중심으로 줄었다. 제조업의 경우 매출액 증가율이 -3.3%를 기록해 비제조업(-0.2%)보다 감소폭이 컸다. 대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은 2.1% 증가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유가 하락 영향이 큰 석유·화학(-8.0%)과 전기·가스(-10.4%) 업종에서 매출액 감소폭이 컸다. 공급 과잉 문제를 겪고 있는 금속 제품 업종 매출이 8.4% 줄었고 업황이 좋지 않았던 액정표시장치(LCD)와 반도체 때문에 기계·전기전자 업종도 매출액이 2.7% 감소했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떨어진 것은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수출 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6%로 지난해 1·4분기(5.2%)와 비교하면 0.4%포인트 증가했다. 저유가로 원가 절감 혜택을 크게 본 석유·화학 업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9.5%로 전년(5.6%) 대비 크게 늘었고 대부분 업종에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다만 기계·전기전자 부문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7.1%에서 4.3%로 증가폭이 줄었다.
기업의 수익은 투자로 연결되지 않았다. 지난 1·4분기 전산업의 부채 비율은 101.4%로 전년 동기(105.6%)보다 4.2%포인트 감소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같은 기간 27.3%에서 26.2%로 0.9%포인트 감소했다. 박 팀장은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차입금 의존도가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