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한달만에 '펀드등급' 손질하라고?...운용사 부글부글

내달부터 펀드 위험등급체계 개편

2,000개 넘는 공모펀드 대상으로

이달말까지 정정보고서 만드느라

담당부서 분주...주말까지도 출근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 비판도





다음달 2일부터 국내 출시된 공모펀드 3,706개 중 60%가 넘는 상품의 투자위험등급이 한꺼번에 바뀌게 되면서 이를 준비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개편 방안은 지난해 말에 나왔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시행 1개월 남짓 앞두고 확정되는 바람에 짧은 기간 수많은 펀드의 위험등급을 손질해야 할 처지여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개편된 펀드 투자위험등급 체계에 따라 변경된 등급을 반영한 펀드변경등록신청서(정정보고서)를 오는 20일부터 30일 사이에 순차적으로 내야 한다. 이 기간 내에 등록해야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거쳐 다음달 2일부터 변경된 위험등급이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지난해 말 펀드의 위험등급 분류를 설정 후 3년이 경과한 펀드의 경우 투자예정 자산 비중 기준에서 최근 3년간 수익률 변동성 기준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구간도 기존 5등급에서 6등급으로 세분화하기로 한 바 있다. 위험등급 개편 대상인 펀드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위험등급 변경 대상인 설정 후 3년이 경과한 공모펀드는 2,341개로 전체 펀드 수 3,706개의 약 63%다. 이 중 수익률 변동성을 측정하기 어려운 펀드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동산펀드같이 시가 평가가 어려워 수익률이 위험을 대변하지 못하거나 레버리지 펀드처럼 투자자 보호를 감안해 등급 부여가 필요한 펀드가 제외 대상이다.


당시 금감원은 “합리적으로 펀드를 고르는 데 도움을 주고 자신이 투자한 펀드의 실제 위험 수준 및 위험관리 상태를 알 수 있어 추가 투자나 환매 등의 의사결정이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7월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자세한 실행방법 등은 공개하지 않아 자산운용업계는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았다. 손 놓고 있던 금감원이 지난달 27일 증권사·자산운용사 관계자를 불러모은 자리에서 자세한 사항을 설명하면서 시행 시기를 다음달 2일로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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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펀드의 위험등급을 변경할 수 있는 기간이 한 달 남짓밖에 없다는 점이다. 많게는 수백개의 공모펀드를 보유한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다. 대형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7월 초에 맞춰서 6월 마지막 주에 바쁘게 정리해 금감원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자산운용사 내 담당 부서들은 지난달 말부터 야근은 물론 주말까지 출근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경된 등급에 맞춰서 투자설명서나 홍보 전단 등을 새로 인쇄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며 “기존 투자자들에게 일일이 전자우편 등으로 변경된 등급을 공시해야 하는 것도 다소 번거로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투자위험등급 개편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펀드의 투자위험등급이 실제 펀드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게 크게 달라지겠느냐는 의문이 크다. 증권사 등 펀드 판매처에서도 투자유형별로 추천상품을 구성하지 위험등급별로 상품을 추천하지는 않았던 것이 한 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상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어르신 고객들 말고는 위험등급이 펀드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미지수”라며 “소비자 보호 취지이지만 탁상행정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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