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新造船·새로 만든 배)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클락슨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5월 클락슨신조선가 지수는 129포인트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하락했다. 32만톤급 초대형 유조선(VLCC)은 지난 한 달간 150만 달러 하락해, 신규 선박 계약가격이 9,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3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이 선종은 지난 2014년 6월에는 1억100만 달러를 호가했으나 2년 사이 11% 내려 앉았고 올 들어서만 350만 달러, 4% 가량 떨어졌다.
벌크선 가격 하락세도 가파르다. 18만톤급 벌크선은 신건조 계약금액이 연초 4,600만 달러였지만 지난달 4,400만달러로 4% 내렸다. 이는 2003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해당 선종은 2014년 중순 5,300만 달러였지만 지난 2년 사이 가격이 24%나 폭락했다.
이는 선박건조 기술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조선소들이 벌크선을 대규모로 짓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고부가 선종으로 꼽히는 컨테이너선 역시 연초 4,900만 달러에서 지난달 4,550만 달러로 7% 하락했다. 2년 전 5,300만 달러보다는 14% 내려 앉았다.
그나마 가격 하락폭이 낮은 선종은 대표적인 고부가 선박인 천연액화가스(LNG) 운반선이다. 연초 1억9,900만 달러에 계약되던 LNG(160K)선은 지난달에는 1억 9,700만 달러선으로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이 선종은 2014년 6월에는 2억 달러에 수주되곤 했다.
클락슨은 “조선소들이 일감 확보를 위해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신조선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벌크선들은 가격이 상승세를 띠고 있지만, 전체 선박 시장에서 비중이 워낙 작은 데다 국내 조선사들은 건조하지 않아 의미가 없다.
신조선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 선박인 컨테이너선과 LNG선에 집중하고 있으나 올 들어 발주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VLCC 역시 가격만 맞으면 수주한다는 방침이지만 중국 조선사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 쉽사리 수주전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최근 “수주가 몇 건 진행되는 게 있으나 조선 산업의 불황 속에 협상에서 우위에 있는 선주들이 선가를 낮추려 해 줄다리기 중”이라며 “아무리 급해도 저가수주를 하지는 않으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