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원(사진)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16일 조선·건설 등 수주업종을 중심으로 한 회계법인의 기업 부실감사 사태와 관련해 “분식회계의 우선 책임은 기업에 있는 만큼 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국에서는 기업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하면 수십년의 징역형을 받는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처벌이 약한 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강 회장이 꼽은 미국의 분식회계 처벌 사례는 2001년 발생한 ‘엔론 사태’다. 당시 제프리 스킬링 엔론 최고경영자(CEO)는 분식회계 주도 혐의로 24년형(이후 14년형으로 감형)을 선고 받았다.
현재 금융당국은 분식회계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진에 해임권고나 검찰 고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금융당국은 분식회계 혐의가 확정된 기업 경영진이 2년 동안 상장사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려 했으나 지난 3월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강 회장은 “아무리 외부감사를 하는 회계법인을 강하게 처벌해도 근본적으로 기업이 바뀌지 않으면 분식회계 자체를 막기 어렵다”며 “이 점에 대해 금융당국이 각별히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감시자인 공인회계사의 몫만은 아니다”라며 “기업이 외부감사를 받는 것을 비용으로 인식하지 말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인회계사회를 중심으로 4대 대형 회계법인과 중견·중소·지역 회계법인, 청년·여성 회계사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부실감사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오는 22일 차기 회장 선거와 함께 열리는 공인회계사회 총회 때 부실감사 사태에 대한 회계업계의 반성과 다짐의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강 회장과 회계법인 대표들이 낭독하기로 했다. 강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선출되는 후보에 회장직을 넘겨주고 4년 동안의 임기를 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