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이원재 요즈마 한국법인장 "시작부터 글로벌시장 노려야 스타트업 백조 될 것"

내비 앱 '김기사' 620억에 팔렸지만

요즈마 투자 '이스라엘版 김기사'

웨이즈 1.2조 받고 구글에 매각

해외네트워크 따라 가치 천차만별

과감한 도전이 곧 '기업가 정신'

블루오션서 성장동력 개척해야





이스라엘의 글로벌 벤처캐피털 요즈마그룹에서 한국 투자를 담당하는 이원재(34·사진) 한국법인장은 예비창업자들에게 이른바 ‘미운 오리 새끼-백조론’을 종종 인용한다. 요즈마그룹을 세운 이갈 에를리흐 회장이 한국 벤처업계에 대해 “자신이 백조인 줄 모르고 한국 시장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 훌륭한 벤처가 많다”고 한 진단이 항상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인장은 최근 서울 상암 CJ E&M에 위치한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열린 ‘창업·기업가 정신’ 강연에서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스타트업(신생 벤처)의 백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정신은 어떤 특별함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블루오션을 향해 과감히 떠나는 도전정신”이라며 “국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할 생각 말고 곧장 해외 진출을 꿈꾸라”고 조언했다. 이스라엘의 작은 벤처들을 키워 세계 시장에서 대박을 치게 만든 요즈마그룹의 눈에 비친 한국 시장은 안타깝기만 하다.


에를리흐 회장은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원조인 싸이월드가 지금은 명맥만 잇고 있지만 이미 지난 2000년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접하고 “만약 싸이월드가 당시 해외에서 시작했더라면 지금 페이스북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가 카카오에 620억원에 인수돼 국내 벤처의 대박 사건으로 기록됐지만 이를 지켜본 이 법인장은 씁쓸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도 김기사와 기능이 매우 흡사한 앱 ‘웨이즈’에 요즈마가 초기 투자했는데 2013년 구글에 1조2,000억원에 매각됐다”며 “두 사례의 차이는 단지 글로벌네트워크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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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한 의대 학장이 고안한 의료영상기기를 만드는 바이오센스는 요즈마펀드가 국제특허 취득부터 해외 법인 설립 지원 등을 도맡아 ‘백조’로 만든 사례 중 하나다. 요즈마는 바이오센스에 단 100만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기업 존슨앤드존슨에 4억3,000만달러에 매각했다.

이 법인장은 “태생부터 글로벌로 방향을 잡은 것이 요즈마펀드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초 이스라엘의 실업률이 치솟고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개혁 방안 중 하나로 에를리흐 회장이 창안해 탄생한 벤처캐피털이 요즈마다. 요즈마 설립 후 세계 벤처펀드의 35%가 이스라엘에 투자되고 있으며 미국·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미 나스닥에 많이 상장하는 국가가 됐다. 그는 “인구가 810만명에 불과하고 중동에서 유일하게 석유가 나오지 않는, 인적자원과 기술밖에 없는 이스라엘의 척박한 환경이 세계로 눈을 돌리게 하고 결과적으로 가장 투자받기 쉬운 나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법인장은 현지에서 ‘창업 국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를리흐 회장이 한국의 창업·벤처 육성에 기여하고 싶은 희망을 예비 창업자들에게 전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요즘 매달 한국에 온다. 요즈마그룹은 3월 경기 판교에 창업보육센터인 요즈마캠퍼스를 열었다.

이 법인장은 “큰 꿈을 이루려 한다면 해외에서 좋은 파트너를 찾고 창업자의 지분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조인트벤처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백조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자신을 잘 알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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