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여파로 올해 롯데 주요 계열사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액시올사 인수를 전격 철회한 롯데케미칼 등 화학계열사는 물론 유통·금융 부문 계열사들도 소비자 이미지 악화, 당국 규제 강화 등 유무형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장은 “지난해 1조6,955억원에 달했던 롯데그룹의 당기순이익이 올해는 1조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키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떠올랐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8조4,719억원으로 1위인 롯데쇼핑(16조1,773억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이 1조3,357억원에 달해 각각 2·3위를 차지한 롯데쇼핑(7,147억원)과 호텔롯데(3,235억원)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703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익의 50%를 홀로 책임졌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추진했던 인수합병(M&A)이 잇달아 무산된 점이 뼈아프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나프타로 만드는 범용 석유화학제품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원재료인 나프타값이 하락하면 자연히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나프타 가격은 지난 2년 동안 3분의1 수준으로 폭락해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 화학계열 3사 인수에 이어 액시올사 인수까지 마무리하면 유가 급등락에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키울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딜이 무산됐다”며 “당장 하반기부터 유가 변동에 따라 올해 영업익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들 역시 실적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롯데손보의 경우 지난해 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보험사의 수익성지표인 손해율이 업계 최하위인 92.71%를 기록할 정도로 영업전망이 밝지 않다. 롯데카드 또한 지난 2011년 1,8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후 매년 하락세를 나타내 지난해 1,343억원까지 떨어졌다. 롯데그룹의 비자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표적 규제산업인 금융업에서도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내수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는 롯데쇼핑의 실적전망에 대해서도 우울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계속된 내수 침체와 롯데그룹의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주요 사업부인 백화점과 할인점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롯데홈쇼핑의 6개월 프라임타임 영업정지 처분으로 하반기 홈쇼핑 사업부 매출액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롯데 수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최근에는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이 롯데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더해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라 할 수 있는 정책본부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 것도 악재다. 롯데 계열사들은 주요 경영상 판단을 내릴 때 반드시 정책본부의 최종 재가를 받은 뒤 실행에 나서는 게 일종의 관례처럼 굳어져 있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에 이어 그룹 수뇌부가 줄줄이 구속될 경우 지난해 경영권 분쟁보다 훨씬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