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마음코칭] ‘불안사회’ 속에서 꾸는 꿈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강자가 힘으로 군림한 역사에도

상생·평화의 명맥 끊이지 않아

약자 섬길 줄 아는 합리적 태도

병든 사회 바꾸는 원동력 될 것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참 세상 살기가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종놈’으로 취급받는 세상이다. 힘없는 어린아이들이 유기와 학대를 쉽게 당하는 세상이다. 자신을 추스를 수 없는 장애인을 학대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특히 여성들을 향해 행사하는 남성의 폭력이 도를 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20대 여성 묻지 마 살인 사건’은 어떤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길거리를 걷는 여성에게 가해진 묻지 마 폭행은 아무리 조현병을 앓는 어떤 이의 난동이라고 해도 도무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힘의 우위에 있는 강자들이 약자들을 향해 휘두르는 폭력과 횡포 때문에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들은 이제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오랜 시간 인류 문명과 사회 발전의 흐름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런 말을 한다.

“한 사회의 문명 수준은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만큼 배려가 이뤄지는가를 기준으로 가늠할 수 있다. 낯선 사람끼리 서로 지켜주고 협력할 수 있는 신뢰가 핵심이다. 그리고 연약한 자들을 향한 배려의 정도가 그 사회의 건강성을 판단하는 절대 기준이다.”

이 기준에서 본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 사회는 소망이 없는 사회다. 말 그대로 ‘불안 사회’ ‘고위험 사회’다. 도대체 어디에 소망을 걸고 살아가야 할지 마음이 놓이지를 않는다.

인류가 이 땅에서 처음 삶을 시작하고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의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모든 것을 자신들의 권한 아래 두려는 강자와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약자의 투쟁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아널드 토인비는 “인류 역사는 강자와 약자 사이의 전쟁의 역사”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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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강자들이 자신이 가진 힘과 권세를 휘두르면서 사람들을 선대하고 평화를 일궈나가려 하는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하나의 흐름은 역사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또 하나의 흐름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면서 사랑과 평화를 추구해가려는 흐름 역시 끊이지 않고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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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류의 흐름에서 전자의 흐름은 철저히 강력한 힘으로 모든 것을 계급화하고 온갖 편법과 반칙과 변칙을 활용해 연약한 자들을 이용하고 희생시켜 자신들의 힘과 지위를 유지하려고 했다. 이 흐름이 언제나 후자의 흐름을 이기는 듯 보였기 때문에 후자의 흐름은 사람들의 눈에 도드라져 보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크게 떠 역사를 눈여겨보면 그런 사람이나 조직이 영속성을 가지고 군림한 예는 단 한 번도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세상을 운행하시는 신은 피조물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아픔의 신음 소리와 애통함의 곡소리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신다는 원리가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불안 사회’에서 새삼 이 원리를 다시 한 번 떠올리는 이유가 있다.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백 세 시대가 왔다고 해도 천 년도 아니고 길게 잡아 백 년 정도밖에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다면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인 방향은 분명하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의 자리가 평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배려하고 좀 더 환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어떤 힘이나, 권위나, 물질이나, 나이나 다른 이들보다 무엇인가 좀 더 가진 것이 있다면 그것을 억압하고 휘두르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섬김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길이다. 그래서 연약함 때문에 을의 위치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이들이 평안 가운데 기쁨을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안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철저히 강자가 약자를 억누르고 파괴하는 ‘불안 사회’에서 연약한 이들을 향한 배려와 섬김이 있는 사회를 다시 꿈꿔본다.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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